"자, 지금부터 우리 대화하자." 사회생활에만 집중하다가 뒤늦게 가족과 소통하려는 아빠들의 흔한 실수다.

어디서부터 자녀들과 소통해야 할지 모르는 아빠들이 '일처리를 하듯' 대화의 시작을 알리지만 어색한 침묵만 흐른다. 가정적이라는 것이 자랑이 되어가는 요즘, 상대적으로 젊은 아빠들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어색하기는 매한가지다.

자식 사랑을 자랑처럼 늘어놓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봐 쑥스러운 마음에 스스로 '딸바보', 그러니까 '바보'라고 낮춰 말하는 것 아닐까.

자녀는 교육의 대상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임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아직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빠들에게 '남사스러움'을 털어낸 아빠들의 소소한 고백을 담은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소년에서 아버지로 실마리 담아
운림산방 맥잇는 허진 삽화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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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동안 쓴 편지글을 담은 책

신간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멘토프레스 펴냄)'은 저자의 소년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해 자녀를 갖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고민과 선택, 감동과 반성의 시간을 담았다.

자녀 등록금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꿨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책은 시작된다.

젊은 시절 검정 양복에 선글라스를 멋스럽게 쓰고 포즈를 취한 젊은 날의 아버지와 황무지 개간에까지 나서 고단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진정 아버지를 이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 처음 아들을 만났던 날의 감동과 그날의 아내에게 미안함 등을 적었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잔소리와 간섭으로 아들에게 상처를 준 일, 또 그 반성. 방학 때마다 아들과 함께 도보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 등 어찌보면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끊임없이 반문하고 반성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은 아버지가 되는 실마리가 보인다.

5대에 걸쳐 호남 남종화의 원류 '운림산방'의 맥을 잇는 허진 전남대 교수의 독특한 삽화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유아~초등생 일상 '동화로 형상'
교훈보단 기발한 상상력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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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도 부모도 공감하는 생활 동화

자녀와 함께하는 소소한 이야기라면 신간 '아빠를 다루는 법(연두 펴냄)'도 눈에 띈다.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면서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있었던 일상을 동화로 엮은 책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겪을 만할 일들을 동화의 문체로 풀어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떤 교훈을 담으려 애쓰지 않고 부모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는 지 드러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있는 그대로 아이와 부모의 대화를 담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날씨'편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보이는 특성인 잦은 기분 변화를 아이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또 '아빠를 다루는 법3'편에서는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와 대화하려는 아빠를 머쓱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의외의 성숙함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저자는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빨리 자란다"고 말한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