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들 수화 배워 화면 담아
소화기 사용법·심폐소생술 등 녹화
관내거주 173명 대상 점자책 배포도
전직 아나운서 출신 소방관이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전 매뉴얼을 제작했다. 실제 재난 상황에 적용 가능한 행동 매뉴얼을 점자책과 영상으로 제작한 것은 전국 최초다.
최근 각종 화재 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안내 자료는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6일 오후 4시께 화성시 안녕동에서 혼자 사는 60대 청각장애 남성이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지는 등 비극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7 장애인 백서'에도 긴급신고 전화를 알고 있다는 청각장애인은 25.7%에 불과했다.
이에 소방관들이 직접 나섰다. 언론계에 종사하다 소방에 입문한 지 3년 된 수원소방서 재난예방과 예방교육훈련팀 문현주(31·여) 소방교가 주축이 됐다.
문 소방교는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 봉사를 한 적이 있다"며 "소설과 에세이, 사전, 전과 등 모든 책이 낭독 대상인데 안전 매뉴얼은 없었다"고 말했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사고 발생 시 정작 장애인들이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데 큰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다.
안전 매뉴얼 제작 취지에 공감한 최낙정(50) 예방교육훈련팀장 등 팀원 5명도 직접 수화를 배워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과 소화기·소화전 사용법, 심폐소생술 등을 설명하는 영상 제작에 동참했다.
제작 과정에서 수화통역은 수원시 수화통역센터 김양희 농통역사(청각장애를 가진 통역사)가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수원소방서는 수원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173명에게 점자 매뉴얼을 우선 배포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영상 매뉴얼은 농아인협회와 소방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경호 수원소방서장은 "장애인의 안전 문화 확산과 초기대응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