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부작용 불러오는 단점 존재
이젠 선거비용 모금방식 바꿔야
선거운동도 실현 가능한 공약
희망 정책으로 관심 유도 필요
우리 삶의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
대학의 교과서도 안 팔리는 시대. 교수도 출판사도 책 간행을 꺼려하는 출판의 빙하기이다. 그런데도 선거와 연계되어 출판기념회가 성행하는 것은 특이한 정치적 현상이다. 물론 출판계로서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책은 본인이 직접 쓴 것인가. 개인사나 자화자찬을 책에 담아야 하나. 책에 담은 내용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실천전략이나 예산은 검토해 본 것인가.
구름같이 몰려든 행사장의 시민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정도면 적당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켜보면 참가한 분들의 특이한 행동을 볼 수 있다. 방명록에 사인만하거나 후보자와 눈도장만 찍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 동원된 것 같은 대규모 시민들이 함께 입장하기도 한다. 물론 책을 구매할리 만무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출판행사에서 기대이하의 참담한 성과를 거둔 후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현상은 대학가에서도 있었다. 과거 원로 교수님들의 회갑이나 정년퇴임식을 맞이하여 기념논문집을 발간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논문집의 발간과 호텔행사비용이었다. 90년대에도 몇 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가족들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후학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서 각종 기념논문집이 안개처럼 사라진 것은 바로 그 비용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행사장에 오신 분들이 인사만하고 돌아갔다.
책은 물론 음식도 그대로 남고, 비용청산이 골칫거리로 남겨졌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기념논문집에 정작 기념할만한 논문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재탕이거나 그저 그런 수준의 논문인 경우도 많았다. 무겁고, 읽을 것이 없는 책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그냥 드려도 받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랬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후보들이 건넨 책을 다시 본다. 회갑 기념논문집만도 못한 책도, 자신의 업적으로 가득한 책도 있다. 지역의 현안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잘 정리한 책도 있다.
며칠 전 동료교수가 지역의 예비후보 책을 전해주었다. 책을 받고 보니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다. 하지만 예비후보의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그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만약 그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기초자치단체의 주민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 지역은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물론 그 지역의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같은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현재의 선거용 출판기념회 행사에는 장단점이 있다. 특히 신인들에게는 정치입문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편법과 부작용 역시 존재한다. 각종 선거과정에서 출판기념회 행사가 언제까지 생명력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분명한 것은 회갑기념논문집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출판행사에 참가하는 특정 연령대와 직업군의 편중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더 늦기 전에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모금과 보전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SNS와 앱 그리고 정책보고서 등을 통한 선거운동 방식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가 90여일 남았다. 우리 지역의 후보자가 어떤 신념과 공약을 갖고 있는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미래의 희망을 현실화시키는 정책인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이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현안들이기 때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