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시장 기능에 따라
자율적 조절 되도록 제도 운영
심각한 사회적 문제 생기지 않아
이제라도 서민위해 집중해야지
시장 간섭 계속하면 갈등만 증폭

경제개발이 막 시작되던 7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주택투기현상은 50년이 지나도록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와 부동산 투기세력 간의 쉼 없는 숨바꼭질은 번번이 정부의 실패로 끝나는 것을 한 두 해 보아온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투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주장하는 부동산 투기세력이 아닌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실패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0년 동안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민주택을 늘리고 세입자를 보호함으로써 안정된 주거환경을 제공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실로 교과서적인 내용을 강조해왔다. 때로는 주택가격의 폭등은 주택의 절대적 부족이라는 미명 하에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수도권 외곽에 대대적인 신도시를 건설하였지만, 집값의 안정은 고사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는 없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의 백미는 문재인 정부의 롤 모델인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고 보겠다. 헌법불일치판정을 받은 종합부동산세의 도입과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징벌적 규제에도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상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시기가 바로 노무현 정부 5년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본질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이나 복지가 아닌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이간질시킴으로써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로 가공할 정책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10년 전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이 무엇을 추구하려는 것인지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도시란 그 자체가 다양성을 가지기 때문에 존재의미가 있다. 주택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주택이 마련되어야 도시가 도시다워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뉴욕이나 런던, 파리와 도쿄 같은 세계의 유수한 도시에도 초고가의 호화주택들이 있고 서민들이 사는 동네도 있다. 선진국 도시들이라고 주택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민간부문이 역할을 조화롭게 분담함으로써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간다. 주택문제가 심각한 싱가포르나 홍콩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초고가아파트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심지어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들도 수십억 원이 넘는 초고가의 주택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분양이나 매매에 정부가 간섭을 하지 않는다. 선진국이라고 주택투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기능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되도록 정부가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투기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에 노력을 집중해야지 재건축을 비롯한 민간주택시장에의 간섭을 계속하는 것은 주택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다. 어느 주택문제 전문가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정책은 사회적 갈등만을 증폭시키는 주택정치와 다름 없다.
/양윤재 대우재단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