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만 하면 뉴스에 오르내리는 고독사(孤獨死). 특히 어르신들의 뉴스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것을 보면 착잡해지곤 한다.
한 다세대 주택 단칸방에서 홀로 생활하던 60대 남성이 숨진지 사흘이 지나서야 발견됐다거나, 혼자 거주하던 80대 노인이 숨진 지 20여일 만에 발견된 경우도 보도됐고, 심지어는 연예인이 고독사로 숨진 지 며칠만에 발견된 경우도 있다.
특히 어르신들의 고독사란 가족이나 주변 이웃들로부터 단절돼 홀로 살다가 고독하게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배우자와의 사별, 자식들과의 연락 두절, 주변의 관심부족이나 무관심, 아무런 소통이 없이 오로지 홀로 살거나 우울증, 낮은 소득 등으로 인한 정신, 육체적인 병마를 감당하지 못할 때 맞이하게 된다.
최근들어 고독사가 노인에게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혼밥, 혼술을 하는, 지역사회 구성원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1인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는 2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 돼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제라도 사회적 관심과 정책이 필요한 때다.
거창한 정책이 아니더라도 독거어르신, 외롭게 홀로 사는 이웃에게 좀 더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소한 정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독거노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양평군보건소는 홀로 외롭게 지내시는 홀몸 어르신들이나 취약계층을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가거나 전화 등을 통해 안부를 묻는 등 방문보건사업을 하고 있다.
수년전부터는 독거 어르신들의 경우 가급적이면 밖으로 나오시게 해 모임과 합창을 통해 우울증 및 치매를 예방하는 등 어르신들의 희망과 즐거운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행복바이러스 합창단'으로 70여명의 독거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1~2회 정기적인 합창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아세아신학대학교 김휘림 교수의 지도도 받고 있어 호응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이다.
행복바이러스 합창단은 관내 행사에 초청 돼 축하공연 등에 참여하고 있고, 2014년에는 청와대 오찬행사에 초청 돼 합창한 적도 있다. 이들은 단지 합창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독거 어르신들간 만남 자체에 의미가 더 크다.
현재를 사는 우리사회는 건강 100세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유행가의 노래 가사도 100세 인생이란 말처럼 그만큼 살기 좋아졌고 의료혜택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평균수명이 가장 긴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18세기 유럽 사람의 평균수명은 26세 였고 100년전 미국 사람의 평균 수명은 40세였단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도 1950년대 말에는 52.4세였다고 하니 요즘에야 어림도 없는 얘기지만 부모님들 세대에는 환갑잔치를 다 치른게 아닌가 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남성 79.3세, 여성 85.4세라 하니 과히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재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었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차이가 10여년이나 있으니 말이다. 특히, 건강이란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만을 뜻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안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경제적 풍요와 수명의 증가 이면에는 외로운 여생, 쓸쓸한 죽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어느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소외되고 건강하지 못한 독거 어르신들과 함께 점차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소소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권영갑 양평군보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