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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타이거 우즈가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음주 운전 혐의로 체포됐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다 구치소 신세가 됐다. 면도를 안 해 덥수룩한 수염에 초점을 잃은 눈동자,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이었다. '골프 황제'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다.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사생활 문제가 겹치며 선수 생활이 불투명했다. 언론은 '42살이 된 우즈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팬들은 천재 골퍼의 끝없는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타이거가 다시 포효했다.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비록 1타차로 우승을 놓쳤지만 2015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첫 '톱 10' 진입이다. 대회 마지막 날 '공포의 붉은 셔츠'를 입고 나와 파4 17번 홀에서 13m짜리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었다.

그의 부활은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경기력 지수가 골고루 좋아졌다. 3라운드 14번 홀에서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129.2마일(207.9㎞)이었다. 올 시즌 PGA투어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빠른 스윙 스피드다. 327야드(299m) 떨어진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3라운드 그린 적중률은 77.78%에 달했다. 전성기인 2000년 75.15%의 그린 적중률로 PGA투어 전체 1위를 기록했던 것을 능가하는 수치다.

브랜트 스네데커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전성기 시절 타이거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조던 스피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우즈를 보면서 골프를 했다. 우상인 그와 대결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 설렌다"고 했다.

팬들도 돌아온 골프 황제를 극진 예우했다. 대회기간 현장을 찾은 팬들은 전년보다 40%나 급증했다. 로리 맥길로이,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마스는 늘 황태자일 뿐이다.

팬들의 시선은 벌써 4월 마스터스 대회로 향한다. 언론은 그를 마스터스 우승 확률 1위에 올려놓았다. 그린 재킷을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황제의 귀환에 화들짝 놀란 골프팬들의 가슴이 부풀고 있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