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되는 과정 아이 시선으로
감정 배우는 로봇 잔잔한 감동
한국 현대동화의 거장 윤수천 작가의 신작 '로봇 은희'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로봇 은희'는 병에 걸려 집에서 누워만 있는 엄마를 대신해 가족을 돌보는 로봇 은희가 집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나'는 1년째 무덤덤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가 안쓰럽다.
아빠에게 부탁해 키가 작은 로봇을 사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키가 작고 예쁜 로봇 '은희'는 그렇게 나의 집에 왔다.
엄마를 위해 로봇 은희가 집에 왔지만, 가족에게 로봇 은희는 엄마 없는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족이 되었다. 집안일은 물론 놀이 친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진솔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책은 인간이 로봇에게 느끼는 연민의 감정 뿐 아니라 로봇이지만, 은희 역시 가족과 추억을 쌓아가며 인간의 감정을 배우는 과정도 잔잔하게 그려 감동을 자아낸다.
76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작가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작품을 출간하며 그는 "'4차 산업시대'라고 온 세상이 떠들어대지만, 그 또한 사람 사는 일 아니겠는가. 그 안에도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고 있고, 교육적 효과도 인정받아 꾸준히 교과서에 실리고 있다. 올해부턴 4학년 국어활동 교과서에 그의 2011년 작 '할아버지와 보청기'가 실렸다.
서석영 동화작가는 "로봇은 더이상 영화, 애니메이션 속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다"며 "로봇 은희는 우리가 로봇과 어떻게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아이의 시각으로 따뜻하게 펼쳐 보인다"고 추천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