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루이 14세의 숭배자였던 영국의 찰스 2세는 1662년 전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성 미카엘 대축일과 성모 영보 대축일에 난로당 2실링씩의 '난로세'를 징수했다. 소득과는 상관없이 거둬들였던 세금이라 조세 저항이 심했다. 1696년 영국의 윌리엄 3세는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국가의 재정이 고갈되자 '창문세'를 도입했다. 창문이 10개 이하일 경우 0.1파운드, 11개 이상~20개는 0.3파운드, 21개 이상은 0.5파운드를 부과했다. 그러자 창문을 없애는 게 유행이 됐다.
러시아 근대화에 앞장선 표도르는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강력한 서구화 정책을 폈던 왕이다. 그는 유럽 문화를 열렬히 흠모했다. 러시아인이면 누구나 길렀던 수염이 미개해 보였던지 귀족에게 수염을 깎으라고 강요했다. 수염을 소중하게 여겼던 러시아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자 기르고 싶은 사람에겐 '수염세'를 내라고 했다. 그러자 반발은 더 커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문세(門稅)'를 거둬들였다. 서울 사대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물품 종류·수량에 따라 세금을 거뒀으나 백성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1873년에 폐지됐다. 이렇듯 신설되는 목적세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저항이 따라다닌다.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저출산세(低出産稅)'를 검토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파격적인 수준의 자녀 양육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일부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까지 돌리며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왠지 입맛이 쓰다. '저출산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거론된 적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 국민들은 높은 조세부담률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목적세를 자꾸 신설해 세금을 거둬들이면 국민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위축이 심화되고 성장률이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오히려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