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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 경제부 차장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영화다. 구구절절한 영화 줄거리보다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게. 누가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살 수 있대." 이 한 마디가 이 영화의 전부를 말 해 주는 것 같다.

여자 주인공은 췌장에 병을 앓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동물의 같은 부위를 먹으면 아픈 부위가 나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 믿음에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무언가 간절히 믿으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간절함이리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비슷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아무리 해답을 찾아도 찾아지지 않을 때 비슷한 상황에 놓여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과거 경찰을 출입할 때 한 형사가 그랬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살인 현장에 누워서 잠을 자면 죽은 영혼이 찾아와 그 범인을 알려준다고. 그래서 범인을 잡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진 않았지만 말이다.

살아가면서 아픈 곳은 비단 몸뿐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상처를 나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힘(물리력 또는 지위 등)으로 같은 상처를 주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피해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다른 사람들도 겪어봐야 '나만 아픈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또 다른 공격성의 발로가 더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

진실로 아프다는 사람에게 그 아픈 부위를 물어 뜯으려 하는 하이에나떼 같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SNS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너가 그런 식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식의 댓글은 물론 차마 입이나 지면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경우도 많다.

기쁨은 나누면 커지고,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이 있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상처입은 사람은 위로를 받는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이기심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나보다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다른 사람에게 눈물 흘리게 하면 본인은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도 있다. 남의 아픔도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봄의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최규원 경제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