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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의 계란매장. /연합뉴스

한 때 1만원을 상회하던 계란 값이 올해에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판(30개)의 값이 3천원대를 형성하는 곳이 상당수며 비싸도 6천원대에 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해 초의 경우 한 판 값이 1만원 대를 넘어 '금란(金卵)'이라고 불리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70% 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함에 따라 산란계 농가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계란 한 판의 가격은 평균 4천718원이다.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5천800원대였던 계란 값은 이달초 5천100원, 지난 8일부터 4천원대로 더 떨어졌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매장에서는 계란 한 판이 3천53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매장은 1천800원에도 내놓았다.

소매가가 하락된 만큼 산지가도 하락했다. 특란 10개의 가격은 지난해 1천795원보다 45.8% 하락한 973원으로 산지 가격의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AI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지난 2003년 이후 피해 규모가 2번째로 컸던 2014년의 경우 발생 당일인 1월 16일 평균 4천600원 하던 계란 한 판 가격이 1주일 후 5천100원으로 올랐고, 이 가격이 한동안 유지됐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던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에는 산란계 2천518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7일 AI 발생 이후 이달 현재 5개 시·도 13개 시·군에서 피해가 났다. 살처분된 가금류 마릿수는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해 123개 농장 580만4천 마리다.

적은 규모의 살처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란 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산란계 마릿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축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여온 전국 곳곳의 병아리가 지난해 말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면서 산란계 마릿수는 지난해 1분기 5천160만8천 마리에서 4분기 7천271만 마리로 40.9%(2천110만2천 마리)나 증가했다.

AI 피해가 거의 없었던 2010년(6천169만1천 마리)에 비해도 17.9%(1천101만9천 마리)나 증가했다.

한 축산 전문가는 "살충제 사건으로 계란값이 폭락하는 악몽을 겪었지만 계란값이 1만원까지 비정상적으로 뛰었던 지난해 AI 사태를 지켜본 농민들이 더 많은 병아리를 입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란용 노계를 계속 키우는 것도 계란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한 농장주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며 버티고 있지만 계란값이 메추리알보다 못한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개당 가격이 70∼100원인 메추리알보다 계란이 비싸지만, 사료비나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수지가 메추리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축산당국 관계자는 "계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인 산란 노계를 도태시키면서 계란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