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도시를 만들어간다'.
 
   지난 88년 정부가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만들어진 신도시가 바로 분당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편리한 주거환경을 갖춘 '꿈의 신도시'라는 기대감을 안겨주었고 이같은 기대감은 서울 강남지역의 고학력, 부유층 인구를 대거 끌어들였다.

   입주 초기에만 해도 주민들은 맑은 공기와 탁 트인 도로 등 말그대로 '천당 다음 분당'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녹지가 개발욕구에 의해 사라지게 됐고 분당을 가로지르는 탄천은 썩어들어갔다.

   '분당 환경시민의 모임'은 파괴되는 꿈의 신도시를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지난 94년 창립된 분당 환경시민의 모임(이하 시민의 모임)은 같은해 분당지역 우수관 탐사를 시작으로 야탑천 복개 반대운동, 열병합 발전소 증설반대, 남부저유소 설치 반대 등 지역내 굵직한 환경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96년부터 실시한 반딧불이 살리기 운동은 분당 환경시민의 모임을 전국에 알린 움직임이었다. 같은 해 10월 분당의 한 고등학교가 맹산으로 이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맹산 반딧불이 살리기 운동은 성남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의 대부분이 동참했고 시민의 모임은 지하철과 거리에서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 결과 맹산에는 콘크리트건물 대신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과 생태공원이 들어섰다. 시민의 모임이 다른 어떤 곳 보다도 애착을 가진 곳이 바로 맹산이다.

   분당개발 당시에도 녹지로 보전했던 맹산은 현재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소쩍새 등을 포함한 20여종의 새가 서식하고 있고 다람쥐, 청설모 등의 포유류와 함께 습지지역 서식종인 굴뚝새, 버드나무 군락지 등을 볼 수 있다.

   또 망태버섯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버섯과 습한 지역에 서식하는 산개구리, 도롱뇽, 두꺼비 등도 발견되는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장소이다.

   특히 파리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등이 여름내내 서식하고 있는 맹산은 가뭄에도 개울이 마르지 않고 조금만 파도 물이 솟아날 정도로 지표가 습해 이끼류, 버섯류 등의 습지식물(갯버들, 고마리, 논둑외풀, 골풀, 물봉선 등)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이의 천국이다.

   그러나 그 수효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시민의 모임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반딧불이 보전을 위한 장기계획을 마련중이다.

   시민의 모임은 맹산의 생태복원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7년 가을 맹산자연학교를 개교, 8주 단위의 정기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현재까지 계절별 특성을 갖는 자연생태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성남시가 주변환경 정비에 참여해 폐목과 황토를 이용한 방문객안내소(visitor-center)도 갖췄다. 이처럼 시민의 모임은 일회성 사업보다는 지속적인 환경교육을 통한 인식을 넓히는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맹산자연학교 외에도 지난 94년 시작한 어린이 환경학교를 비롯해 엄마와 함께 하는 가족환경학교, 목요환경사랑방, 중앙공원 체험학교 등이 모두 3~7년간 계속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분당지역의 젖줄인 탄천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모두 100여차례에 걸쳐 우수관 탐사를 실시했고 매년 4차례에 걸쳐 탄천 수질을 측정, 관리하고 있다.

   시민의 모임이 교육과 보전, 감시활동을 빼놓지 않고 병행할 수 있는 것은 32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힘 못지않게 공동대표로 있는 조병로(경기대 사학과)교수를 비롯해 조경, 환경, 도시학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위원회가 모임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민의 모임은 주민들을 주축으로 하는 운영위원회와 각 분야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연구위원회를 통해 분당지역 환경보전을 위한 대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