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한국소방안전협회 경기북부지부 지부장_김창대
김창대 한국소방안전협회 경기북부지부장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 등 최근 잇따른 대형화재로 소방분야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사실 이전부터 대형화재는 꾸준히 있었다. 근래에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동탄 메타폴리스나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 등이 있었고 그때마다 법과 제도가 개선되었지만, 다시 참사가 일어났다. 특히 각기 다른 대형재난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의정부아파트, 제천 스포츠센터는 스티로폼으로 건물 외벽을 감싸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발라 마감하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경우 화재 시 빠르게 불이 번지면서,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의정부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의 건물은 불연·준불연 외장재 사용을 의무화 했지만, 법안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여전히 가연성 외장재인 상태다.

또한 스프링클러가 없는 건물도 대형화재의 잠재적 발생지라고 할 수 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시 천장에 설치된 헤드에서 소화수가 쏟아지는 설비로 초기화재진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세종병원 참사 후 며칠 만에 일어난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신속하게 진압됐는데, 가장 큰 차이점으로 스프링클러 설비의 설치 여부가 꼽힌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건물은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앞서 외장재 문제와 마찬가지로 2005년부터 작년까지 지어진 건물은 11층 이상만 설치 대상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없는 건물이 많은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화재가 최초 발생구역 밖으로 번지지 않도록 막는 방화구획의 중요성을 소홀하게 여기는 풍토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제천 화재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주차장과 1층 실내 통로가 유리벽으로 돼 있어 화재 시 쉽게 파손됐고, 세종병원은 1층 방화문이 아예 없었으며 2층 방화문도 개방되어 유독가스 유입경로가 됐다. 또한 파이프·전선 등 배관이 지나가는 수직 통로도 상층부에 연기가 유입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하지만 위와 같은 법적·제도적 허점의 개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타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이 있더라도 지키지 않고, 화재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재난예방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방차 진입로에 관한 이슈도 뜨겁다. 의정부아파트, 제천화재 시 소방차가 현장 인근에서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신속하게 진입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는 대중들 개개인의 안전 불감증이 모여 만든 현상이며, 안전에 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심지어 소방차의 물이 떨어졌을 때 긴급하게 사용되는 소화전 옆에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설치하는 등 관공서마저 안전 불감증의 대열에 합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모든 재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상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안전의식을 높여간다면 최소한 대형화재의 발생은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지난 대형재난들을 통해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일상 속의 안전지킴이가 돼야 할 때다.

/김창대 한국소방안전협회 경기북부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