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양촌읍 흥신2리에 귀향해 부인과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는 최모(87) 할아버지는 며칠 전 아침에 대문을 열고 나섰다가 코를 찌르는 악취에 화들짝 놀랐다.
다급한 목소리로 경인일보에 전화를 걸어온 할아버지는 이 냄새를 '노랑내'라고 표현했다.
지난 16일부터 할아버지 집 바로 옆에 소각장으로 반출하기 위해 쓰레기를 모아서 선별하는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의 적환장 겸 차고지가 들어섰다. 최 할아버지는 "트럭에서 쓰레기를 쏟을 때와 집어낼 때 냄새가 특히 심하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모집공고 3일 전에 급조하고 건축물 형태 적환장도 갖추지 않은 A사를 1순위 사업자로 선정한 김포시가 '봐주기' 논란(3월 16일자 16면 보도)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업체의 적환장 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절차와 서류를 내세운 시의 탁상행정에 주민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2일 주민들에 따르면 흥신2리는 총 104가구 중 A사의 적환장 반경 약 50m에 50여 가구가 몰려 있다. 노인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A사가 운영을 시작한 이후 갖가지 피해를 겪고 있다.
마을 초입에 거주하는 정모(77)씨는 "날이 더워질수록 파리떼가 꼬이고 악취도 심해질 게 뻔하다"며 "누구도 이런 시설이 들어온다고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고지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림막도 직접 수차례 찾아가 요구한 끝에 설치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마을회관에서는 노인 10여명이 걱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들은 새벽 3시께부터 드나드는 덤프트럭과 기계음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김모(82)씨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집이 적지 않은데 이대로 살라는 것이냐"면서 "아직도 저곳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모르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 피해가 자명했던 상황에서 시가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이 사업을 허가한 데 대해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자 선정 후 대행계약 체결까지 3개월여 동안 사업지 실사를 나와봤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한 주민은 "마을에 민원을 넣을 줄 아는 사람이 없는데 시에서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서류를 열람해 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으며, 법적으로 주민 동의를 구하거나 실사를 나갈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