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책에 빠져든 국어학자'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노래의 언어'를 내놓았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삶에 깊게 파고든 노랫말들을 분석했다.
노래방 책을 참조해 2만6천250곡의 유행가를 선별해내고 원고지 7만5천매 분량의 노랫말을 언어학적 통계로 분석했다.
일상의 언어보다는 정제되고 문학의 언어라기에는 속되다고도 할 수 있는 독특한 성격의 언어인 노랫말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삶과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2013년 노래 '팔도강산'의 가사를 분석하며 노랫말에 보이는 언어학적 통찰과 사회 감수성에 감탄한다.
또한 노랫말 분석을 통해 사투리가 지역에 따른 방언만이 아니라 계층,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사회 방언을 포함한다는 것을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저자에 따르면 노랫말의 표준은 '젊은 세대'의 말이다. 지금의 '나이가 든 세대'가 사랑하는 노래도 결국은 자신의 젊은 시절 즐겨 듣던 노래다. 그 노래가 세월이 흘러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이 시간 방언이 되더라도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도 살펴본다. '사랑'을 압도하는 두 단어는 '나'와 '너'다. 한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노래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내린다.
노래는 "나와 너의 이야기"라고. 나아가 우리의 노래가 언제부터 사랑을 그려왔는지도 분석한다.
가요에서 최초로 사랑이 등장한 노래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읊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년)일 것이다. '사랑'이 쓰인 노래를 시대별로 분석해보면 50년대까지는 전체 노래에서 고작 2.19%에 그친다.
그러다 2000년 이후에 11.03%까지 오른다. 여기에 '러브'와 'love'까지 포함하면 무려 65.22%이다.
'노래의 언어'는 국내 최초로 계량언어학을 적용한 인문대중서이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