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우는 여성 장애인
입력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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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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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기형인 3급 지체장애인 P씨(35·여)는 어려서부터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에게 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가족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엄두도 못냈고 가족들의 구박에 못이겨 식사조차 따로 했다.
유일한 벗이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P씨는 세상 속에 홀로 남겨졌다. 서른이 넘어 뒤늦게 같은 처지인 장애인 남편을 만났지만 신혼의 단꿈도 잠시. 결혼 9일만에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은 손찌검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부부관계도 거절당했다.
64세의 K할머니는 후천적 장애인. 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한 K할머니는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부터 시각장애가 점점 심해졌다. 그러나 시집 식구들이 눈치챌까 두려워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고 결국 마흔이 조금 넘어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후 시집식구들의 언어폭력과 정신적 학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좁은 방에 가둬두기 일쑤였다. 성남 여성의 전화가 민간 여성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7월부터 두달동안 성남지역 성인 여성장애인 581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 여성장애인이 여러 형태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46.8%에 이르는 272명이 학대와 폭력 등을 경험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게 배우자(35.4%)나 부모(12.7%), 형제자매(7.6%) 등 가족에게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용시설로 가라는 가족들의 말을 듣거나 암시를 받았다는 여성장애인이 28명에 이르렀으며 18명은 성폭력이나 성추행 등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면접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힘든데다 표현력이 부족한 장애인이 많아 실제로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당한 여성장애인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여성의 전화는 내다보고 있다.
이 단체 이금희(36)사무국장은 “여성장애인이 여러 형태의 학대를 받고 있지만 응답자의 94.7%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이를 피할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며 “현재 성남의 경우 쉼터조차 마련돼 있지 않는 등 4천여명에 달하는 여성장애인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성남 여성의 전화는 내달 2일 오후 2시 성남여성인력개발센터 6층 강당에서 이번 조사와 관련, '여성장애인 일상을 통해 본 실태조사 결과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문의:751-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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