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들뜨기 마련이다. 사람도 그렇다. 콧구멍으로 봄바람이 들어가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춘분에 쏟아졌던 눈이 3월 대설이라는 기록을 세워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떠나는 겨울의 마지막 용틀임도 봄 앞에선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 봄이다. 이제 대지는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온갖 꽃들이 내뿜는 향기로 숨이 막혀 버릴 것이다.
꽃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봄을 그토록 기다린 이유는 또 있다. 지금 수원과 인천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그 이유, 야구 때문이다. 봄은 야구와 함께 온다. 야구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장장 5개월의 동면(冬眠). 야구가 없어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이었다. 스포츠 중 시즌 오픈과 한 해의 시작이 맞아 떨어지는 종목중 야구가 대표적이다.
내일 2018 프로야구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린다. 예년보다 2주일이 빠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 때문에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리그를 잠시 중단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총 40경기로 축소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지난해 꼴찌였던 수원 kt위즈에 큰 변화가 왔다. 우선 황재균이 11년 만에 수원구장으로 돌아왔다. 2007년 그는 현대 유니콘즈의 유니폼을 입고 수원 야구장에서 2번 타자 유격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또 있다. 두산의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도 kt유니폼을 입었다. 초대형 신인 타자 강백호도 데뷔전을 치른다. 타자 라인업만 따지면 국내 최고다.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하고 2년 만에 돌아온 인천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머리를 삼손처럼 길렀다. 그의 위력투가 그 머리카락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와 닮았다. 여기에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에이스급 세 명의 투수로 선발진을 꾸렸다. "무슨 야구를 갖고 그러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야구는 축구를 제치고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다. 지난해 무려 840만68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골치 아픈 국내·외 복잡한 문제들을 잠시 잊고 이제 야구를 즐기자. 반갑다 야구야.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