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혼잡 해결했지만 구도심 재생 도움 안돼
지하철 노선 느는데 회생길 못찾아 안타까워

역세권의 범위는 정의돼 있지 않다.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철도역과 그 주변 지역을 말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돼 있다. 보통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를 역세권이라고 하는데, 도보 20~30분 거리 등 지하철역을 걸어 다닐 만한 곳에 있으면 '역세권 아파트'라고 홍보한다.
내가 사려는 아파트나 상가가 역세권에 위치하느냐 그 범위를 벗어나느냐는 중요하다. 집값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데다 전세나 월세를 놓을 때도 '역세권 밖 물건'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하듯 역세권 여부는 집값, 자녀 교육 환경, 직장 거리 등과 더불어 주거지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눈에 띄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부동산114(www.r114.com)가 배포한 '가장 비싼 수도권 지하철 노선… 황금라인 9호선이 아니다?'란 제목의 자료다. 부동산114는 수도권 21개 지하철 노선별로 역세권(도보 10분 이내)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 비역세권(도보 11~20분) 아파트값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역세권 아파트가 비역세권 아파트보다 평균 5천800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에는 경인전철,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 수인선, 공항철도 등 인천과 관련된 노선도 포함됐다. 경인전철과 인천 1·2호선 내용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경인전철 역세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9천181만원으로, 21개 노선 가운데 16위에 머물렀다. 인천 2호선은 3억4천만원으로 17위에 그쳤고, 인천 1호선(2억7천671만원)은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 씁쓸한 것이 있다. 인천 1호선 역세권 아파트는 비역세권 아파트보다 1천93만원 싼 것으로 조사됐다. 역세권보다 비역세권 아파트 가격이 비싼 노선은 21개 중 인천 1호선, 수인선, 의정부경전철 등 3곳뿐이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천 1호선 송도국제도시 구간은 역세권 아파트 가격이 비역세권보다 비싸고, 매매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 나머지 구간이 평균을 깎아 먹은 셈이다.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역사 주변 생활 인프라(교육·편의시설) 조성 여부, 노선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송도를 제외한 인천 1호선 주변은) 계속 낙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천은 인천역, 동인천역, 주안역, 부평역 등 경인전철 주요 역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도시였다. 하지만 남동구·연수구·서구에서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경인전철 역세권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1999년 10월 개통한 인천 1호선은 인천 도심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역세권 활성화 등 구도심 재생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인천역과 동인천역 주변을 되살리는 재생사업도 늦어지고 있다.
인천 1호선 주변 아파트값 하나로 구도심 회복 속도를 평가하기 어렵다. 아파트값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서울 7호선 청라 연장, 송도~서울 GTX 등 지하철 노선은 늘어날 예정인데 구도심은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