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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196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정부가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라는 명목으로 설립한 '새나라자동차'가 부평에 공장을 설립하면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전신 격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새나라자동차 이후에도 신진자동차와 새한자동차, 대우자동차와 GM대우 등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꾸면서 여러 부침을 극복하고 지금껏 생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삼성차와 쌍용차 등 처음 출범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자체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는 다른 특징적인 모습이다.

이런 한국지엠이 다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유럽시장 수출 급감에 따른 한국지엠의 생산량 감축을 주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데, 앞날이 불투명해진 부평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위기감이 크다.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는 영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0여 년간 저탄소, 경량화 등 미래차 기초기술 개발에 집중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이다. 1회 충전에 500㎞ 가까이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했고, 자동차 무게를 기존보다 절반 정도 줄인 경량화 기술도 확보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영국에 3천6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소형 세단을 생산한다"고 발표하는 등 해외 기업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쇠락하던 자동차산업을 미래차에 초점을 맞춘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되살려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있으면 자본과 일자리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영국의 전략이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지엠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도 이런 영국의 사례는 비중 있게 논의됐다.

한국지엠의 위기를 국내 자동차산업 활성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변화를 거듭해 온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DNA는 오히려 충분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한국지엠 정상화 방안 마련 과정에서 간과해선 안 될 시점이다.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