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부산의 한 신문은 올 1월 15일 자 1면에 "'제2도시' 간판 곧 인천에 뺏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지역내총생산이 작년에 역전됐을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 인천의 2대 도시 등극이 눈앞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요코하마가 경제규모가 두 번째인데도 불구하고 오사카가 2대 도시로 알려졌다. 왜일까? 오사카의 우월한 문화적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아트센터 인천'의 개관은 2대 도시로 향하는 인천의 위상에 걸맞은 문화적 아이콘의 완성인 듯 보인다. 인천은 1895년 전국 최초 신식공연장인 협률사를 낳은 예향이다. 호주 시드니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듯 이제 인천에는 아트센터 인천이 생기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다보면 이미 송도 전면에 보인다. 1년 전에 세워졌다. 규모는 예술의 전당, 롯데 아트홀에 이어 전국 세 번째 콘서트홀로 1천727석이다. 그런데 개발이익금 환수, 하자보수, 기부채납 등의 이유로 게일 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문을 못 열고 있다. 해결을 기대한다. 결국은 될 것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공사가 6년 늘어난 16년이 걸렸고 공사비도 10배나 늘었지만 결국 열었다. 1973년에 완공된 후 200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고 매년 3천건이 넘는 공연에 2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오간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개관을 해도 문제란다. 개관 연기로 공연시설의 훼손이나 시민들의 관람 기회가 늦어진다고 걱정하는 자리였다. 말인즉 개관하면 연간 3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 그러니 당장 시가 기부채납을 받아도 문제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인천아시아드 경기장의 탄생인가? 사업의 단초이자 기둥이었던 마에스트로 정명훈과의 불미스러운 결별로 상주 오케스트라가 없는 비관적 상황도 현실이다. 하지만 도대체 다른 변변한 플랜 B조차 없는지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트센터 인천은 자립해야 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인천의 자립을 도와야 한다. 어렵겠지만 공연장의 적자를 막고, 주변 인프라에서 부가수익을 거두고, 새로운 문화클러스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민간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 꼭 민간운영이라기보다, 민간출신의 운영 및 공연기획 전문가들이 야무지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연계 스타들은 공연일정이 대체로 몇 년 단위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누구를 통해 접촉하고 어떤 인센티브를 주느냐에 따라 출연료가 크게 차이가 난다. 유망한 젊은 연주자를 발굴해 기용하고, 알맞은 관람료의 유료관객을 전국적으로 꾸준히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영국 로열 알버트홀의 BBC 프롬에서 보듯 기획에 따라 2시간 넘게 입석으로 관람하는 사람도 많다.

둘째, 공연장 주위로 많은 수익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아트센터도 위에 결혼식장 운영 등 수익 구상을 하는 듯하다.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인근은 카페, 바, 숍 등 주변에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뉴욕경제에 미치는 브로드웨이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브로드웨이는 공연관람객의 소비지출액의 간접파급효과가 총경제효과의 50%를 넘는다. 아트센터 인천도 관람객들의 동선을 생각해 상업시설의 매출이 유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할 것이다.

셋째, 상징성을 각인해야 한다. 바다를 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조개 또는 배의 돛 모양으로 단숨에 세계의 시선을 휘어잡았다. 아트센터 인천은 지휘자의 손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그나마 한 쪽인 콘서트홀만 완공되었고 다른 한 손인 오페라하우스(뮤지컬 겸용), 뮤지엄 등은 예산 부족으로 상부를 못 올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은 다민족의 화합이 테마다. 아트센터 인천은 한반도 평화메시지는 어떤가? 개관식 때 세계정상들을 초대해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남북통합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초기 평판이 공연장의 미래를 좌우한다. 어렵겠지만 짜임새 있게 준비하기를 바란다. 아트센터 인천이 랜드마크를 뛰어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