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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하루만에 마감·문의 쇄도
정작 공연 당일 좌석 절반 '노쇼'
3일전 문자메시지 알림 소용없어
표 못 구한 관객 직접 와도 '허탕'
화성행궁 해설, 현장접수로 변경


"어차피 공짜로 보는 공연인데, 취소 안하고 안가도 상관 없는 것 아닌가요?"

"'노쇼(No-show)관람객 예약 불가' 팻말이라도 붙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른바 예약을 해두고 취소도 하지 않은 채 오지 않는 '노쇼' 현상이 무료 문화행사에서도 기승을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원SK아트리움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예술 공연이나 영화를 공연장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 중이다. 특히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 사야 하는 발레나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 영상을 볼 수 있는 'SAC ON SCREEN'은 인기가 높아 사전 예약을 해야만 볼 수 있다.

사전 예약일이 되면 하루 만에 예약이 마감되기도 하고 공연 전까지 문의 전화가 쇄도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정작 공연 당일에는 좌석이 절반도 차지 않는다.

지난 3일에 '발레, 지젤' 공연 영상을 상영한 프로그램의 경우 사전 예약 시작일인 2월 12일, 1천 건이 예약되며 조기 마감됐다. 하지만 예약 대비 실제 관람률은 47.5% 였다.

그나마 전화로 예약을 취소한 건수는 89건에 불과했다.

아트리움 관계자는 "공연 3일 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연을 상기시키지만 소용이 없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익사업인데, 유료화하는 것은 사업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이라 우려돼 보증금 제도도 고려해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그나마 예약 취소된 표라도 구하려 현장에 오는 관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쇼 관객 때문에 관람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의결된 경기도립뮤지엄 무료화 정책으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첫째, 셋째 주 주말에만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 관람객 입장권을 배부하고 있다. 워낙 인기가 많은 박물관이라 무료 관람일의 사전예약율은 대부분 97%에 육박한다.

하지만 실제 방문율은 20%가량 뚝 떨어진다. 지난 1월 첫 주에 예약자가 97%였지만 실제 방문자는 79%였고, 2월 첫 주도 96% 예약자 중 77%만 방문했다.

그나마 어린이박물관은 예약하지 않고 찾아오는 관람객이 많아 현장접수 형태로 '노쇼' 입장권을 대체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수원 화성행궁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해설도 노쇼 관광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화성행궁은 관람 코스별로 문화해설사가 배치돼있는데 20명 이상의 단체 관람객은 인터넷 사전예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취소 연락도 없이 예약시간이 돼도 오지 않는 단체 관람객들이 종종 발생하면서 '20분 대기 후 현장 관광객 접수'로 정책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행궁에서 문화해설사로 일한 A씨는 "예전엔 관광객이 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렸는데 현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문화해설사가 있는데 왜 해설 해주지 않냐고 항의하기도 하고,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난 예약자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해설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20분 기다린 뒤 다른 관광객을 안내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며 "해설사 대부분이 나이 든 사람들이라 1시간 해설을 하고 나면 1시간 동안 정리하고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 때문에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문화계 관계자는 "티켓가가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공연도 실제로 70~80%의 좌석만 채워질 때가 많다. 하물며 공짜 공연이나 문화서비스는 오죽하겠느냐. 특히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 문화사업이기 때문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시민들 모두 '노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지영·강효선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