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영정(궐리사)
공자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한 궐리사가 예산부족으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승격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오산시 궐동의 궐리사 전경과 정조가 직접 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자 영정.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궐리사 제공

오산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궐리사(闕里祠·경기도기념물 147호)'가 전문가들의 관심 부족과 관련 예산 미비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승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으로 지정될 경우 문화재청으로부터 정비와 보존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어 오산시 입장에선 훨씬 유리하지만 정작 관련 업무 추진은 미미한 실정이다.

궐리사는 공자(孔子)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한 사당으로, 정조(正祖) 임금이 수원지역(현재의 오산시)을 조선유교의 중심지로 삼고자 1792년 건축을 명령하고 편액(扁額·현판) 글씨를 직접 써서 내려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곳이다.

정조는 공자가 살던 마을의 이름인 '궐리(闕里)'에서 착안해 궐리사라는 이름을 지었으며, 규장각에 소장돼 있던 공자의 성상(聖像)과 초상화를 하사하기도 했다.

현재 궐리사 공자문화전시관에는 정조가 하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공자의 초상 원본, 공자의 일생을 목판화로 만든 성적도(聖蹟圖·경기도유형문화재 62호) 등 보물로 신청할 만한 각종 유물들이 보관돼 있으며, 건물 야외에는 공자의 본향인 중국 취푸(曲阜)에서 기증한 대형 석조상 등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극소수의 문화재 전문가들만이 궐리사 유물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을 뿐 관련 논문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궐리사에서 보관 중인 주요 유물 역시 단체관람객들이 방문할 때만 공개될 뿐 개인에게는 거의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산시에서 궐리사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에 예산지원을 요청했는데, 관련 예산 전액이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궐리사를 비롯해 오산의 문화유적인 금암리 지석묘군, 외삼미동 지석묘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관련 예산 1억3천여만원을 도에 신청했는데 전액 삭감이 돼 현재로선 사적지정 신청 등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궐리사의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준식 성균관 유도회 화성궐리사지부 회장은 "3년 전 문화재청 고위 관계자가 궐리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적 신청을 할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후 오산시에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와 도에서 지원이 어렵다면 궐리사 사적 신청 및 보유 유물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시 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용역을 발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산/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