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재차 확인 필수
올해 62회째 맞는 '신문의 날' 표어
'가장 좋은 적금, 신문 읽는 지금' 신선

한 시대의 흐름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현안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짝짝이 신발을 보는 것과 같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옳다, 그르다 할 것 없이 자신들이 본 것만을 주장하고 다투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본 것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너희가 본 것은 틀렸다"고 하는 이들을 적(敵)으로 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다.
짝짝이 신발을 신은 양반의 모습을 보도한다면 기자는 어디에서 취재해야 할까. 길 오른편도, 왼편도 아닌 가운데에서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스웨덴 출신의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언론이 칭찬받을 만한 지점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그 사실의 타당성을 알아내는 기술에 있다"고 했다.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에겐 어깨가 으쓱해지는 멋진 말이다. 하지만 취재 현장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수습 시절 "취재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봐야 한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정말 귀가 따갑게 들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날수록 취재하면서 더 힘들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한쪽만 보지 않고, 모든 면을 보는 일'이다.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답변을 해주지 않아서, 믿을 만한 사람의 말이라서"라는 핑계를 대면 사달이 나기 쉽다. 초년병 시절 기사를 고쳐주던 선배는 "완전히 소화하고 나면 설명이 쉬워진다. 저도 모르니까 글이 어려워진다. 모르는 것을 감추려고 글을 현란하게 쓴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직도 전 세계 27억명이 종이신문을 읽고, 8억명 정도가 디지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한다. 종이신문의 기사를 오려 붙이고, 밑줄 그어 읽고 또 읽는 독자들이 있는 것은 편집의 매력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제는 신문도 지면과 인터넷판을 결합해 심층적이고 신속한 보도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신문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직접 취재도 하고 기사와 논평을 쓰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교양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신문을 만들면서 기사를 배치하고 제목을 다는 편집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어쭙잖게 취재방식이 어쩌고 신문 환경이 저쩌고 하는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은 '신문의 날'을 맞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어서다. 1957년 4월 7일 창립한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독립신문( 獨立新聞)' 창간 61주년(1896년 4월 7일 창간)을 기념하기 위해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했다. 올해는 독립신문 창간 61년을 기념해 '신문의 날'을 지정한 지 다시 61년이 지난 해이기도 하다. 횟수로는 62회째를 맞는 신문의 날 표어로 장주영(24)씨의 '가장 좋은 적금, 신문 읽는 지금'이 선정됐다. 디지털 세대인 20대 초반 독자의 응모작이라 그런가 올해 표어가 신선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