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연평·영광과 함께 자리매김
인적없는 공간·먹이터 갯벌 필수
올해 개체수 정체에 전문가 촉각
서식지 주변 매립땐 확대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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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유수지는 2009년 저어새가 번식을 시작한 뒤 10년이 지나면서 한 해 100쌍 이상이 찾는 '세계 4대 번식지'로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에서도 100쌍 이상이 번식하는 장소는 강화도와 연평도, 전남 영광 정도다. 전남 영광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기만 해역에서 번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어새 먹이터는 송도갯벌, 영종갯벌, 한강하구, 안산 시화호, 시흥 갯골 등이다. 저어새가 많이 번식하는 곳의 주변은 사람의 발길이 없고, 쉴 수 있는 공간과 먹이터인 갯벌이 자리 잡고 있다.

저어새 개체조사가 처음 시작된 1988년에는 300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홍콩야생조류협회는 올해 1월 멸종위기보호종 1등급인 저어새를 동시 조사한 결과, 개체 수가 3천941마리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와 정확히 같은 수다. 개체 수가 정체하면서 환경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어새는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는 번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남동유수지뿐 아니라 강화와 연평도에도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심성이 많아 다른 새가 자리를 잡은 뒤에야 번식지로 이용한다. 남동유수지에 최근 저어새를 위해 인공섬 하나를 추가로 조성했지만, 아직 저어새는 둥지를 틀지 않고 있다. 저어새네트워크 남선정 교사는 "저어새는 조심성이 많아 갈매기나 다른 새들이 자리를 잡은 뒤에나 새로운 섬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어새는 또 유전적 건강성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국내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을수록 더 건강한 개체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의 설명이다.

남동유수지에 터를 잡은 'K94의 구사일생'이란 보고서를 보면 저어새 건강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어새 K94'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 둥지에 있는 다른 저어새의 부리에 맞아 아래로 떨어졌다.

날개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재갈매기에 폭행을 당했고, 다른 저어새는 부리로 쪼고 던져버려 의식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난 '저어새 K94'에 대한 관찰 기록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돌 틈에 부리를 걸고 발가락에 힘을 모으고, 작은 날개를 최대한 펄럭이면서 돌 언덕을 올라가 결국 둥지에 올랐다." 이러한 과정들이 저어새를 관찰하는 시민들의 망원경에 잡힌 것이다.

강한 생명력으로 개체 수를 늘려온 저어새이지만, 먹이터가 줄어들면서 개체 수가 더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어새는 주로 갯벌에서 먹이를 찾지만, 새끼 저어새에게는 민물에서 나는 먹이를 먹이기도 한다.

이들 모두 번식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또 수심이 얕고 넓게 펼쳐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저어새 서식지 상당 부분이 매립과 개발 행위가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상임이사는 "멸종돼 가는 새가 개체 수를 늘려간 사례는 많지 않다"며 "인천에서도 저어새 서식지 주변 매립이 진행되고 있고, 중국에서도 매립이 이뤄지는 등 인위적인 행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어 더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