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예술단이 평양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일 새벽 귀국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첫 공연을 관람하고 "북과 남의 온 민족에게 평화의 봄을 불러왔다"면서 '가을이 왔다'는 주제로 북한 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즉석에서 제의했단다. 평창올림픽 이후 김 위원장의 파격행보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미북정상회담으로 그 실체가 드러날테니 '가을이 왔다' 공연이 실현될지는 그 때 가서 볼일이고, 그의 심복 김영철의 천안함 발언은 워낙 무례해 간과하기 힘들다. 김영철은 지난 2일 공연취재 제한에 항의하는 우리측 기자단에게 사과한다며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잠수함의 어뢰에 격침된 것으로 공식 확정한 사건이다. 대한민국은 46명의 전몰 수병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5년 야당 대표로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소행임을 확언했으니, 대한민국 공식 입장을 그대로 승계한 것이 분명하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잠수정이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고, 당시 정찰총국장이 바로 문제의 김영철, 북한 노동당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김영철의 발언은 농담도, 조롱도 아닌 의도적 발언으로 봐야한다. 대한민국에서 천안함 폭침이 어떤 사안인지 대남통일전선전략 지휘 책임자인 그가 모를리 없다. 남측 일각의 음모론으로 천안함 폭침사건이 보수-진보 대립의 불씨라는 사실을 잘 알고 활용하는 지위에 있다. 김영철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반응을 떠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가 침묵하든, 반발하든 모든 대응카드가 있었을 것이다. 침묵에 대한 대가는 3일자 노동신문 사설이었다. 천안함 사건은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모략극"이라며 정부에게 "경망스럽게 놀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경고했다.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에 김영철과 노동신문이 첨부한 '천안함' 메시지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북의 통일전선전략이 스며들 개연성을 시사한다. 정부가 확정한 사실에 우물쭈물 하는 태도로는, 북한에 끌려다니다가 진이 빠질까 걱정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