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업체 32곳 정상화 촉구 성명
GM 철수할땐 수출 길 가로막혀
1분기 공장가동률 1년새 10% ↓

성과급 지연 한국지엠 노사 충돌

한국지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한국지엠 노사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우수 협력업체(SOY·올해의 공급사)에 선정된 협력업체 32곳은 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가 이해당사자 간 조정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지엠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 50만 명의 생존과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전폭적 성원과 협력으로 조속히 협상을 타결해달라"고 강조했다.

GM의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된 이들 업체는 신규 부품 수주에 우선권을 받아 왔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수출 판로를 넓힐 수 있었다는 게 협력업체 측 설명이다.

협력업체들은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 수출길이 가로막힐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광진기계 권오철 대표는 "SOY 선정을 마케팅에 활용해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폴크스바겐, 혼다 등 다른 업체와도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한국지엠과 협력사가 모두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수 협력업체들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실장과 만나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지엠 사태로 공장 가동률과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지엠 1차 협력사들의 올 1분기 공장가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업체들은 "일부 은행의 경우엔 대출 만기 연장을 꺼리고 어음할인을 거부하면서 단기적인 유동성도 나빠지고 있다"며 "금융 분야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지만, 한국지엠 노사 대립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7년 임금협상에서 약속한 2차 성과급의 지급이 미뤄지게 됐다는 뜻을 알렸다. 성과급 지급에 필요한 720억 원 규모의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긴급 사장 접견을 갖고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자,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고 사측의 성과급 지급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사장실에 있던 집기와 화분을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고 카젬 사장은 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노조 측의 행동에 대해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사측 관계자는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 행위는 현재 진행 중인 교섭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법적인 절차를 밟아 이번 폭력사태를 처리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