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료 분석결과 니켈 등 2건 검출
고농도 분진 등 질병 유발 영향
17년 근무 50대 직원 폐암 진단
피부·호흡기 등 각종 질환 발생
공사 "사실 관계 확인할 예정"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시설 유지·보수 작업장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현장 환경 역학조사가 시급하다.
17년간 인천국제공항 지하 2층 수하물 시설 관리 구역에서 근무한 양모(55)씨는 지난해 12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양씨는 지난 1월 인하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 폐암 진단 관련 작업환경조사를 맡겼다.
근로자 4명이 지하 2층 작업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4건 중 2건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니켈과 이산화 티타늄이 검출됐다. 기타분진 농도도 13.3㎎/㎥, 26.7㎎/㎥로 측정되면서 기준치인 10㎎/㎥를 넘겼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양씨의 진단서에 '설비해체 작업할 때 노출 기준을 초과하는 고농도 기타 분진에 노출돼왔고, 중금속 노출은 저농도이나 일부는 발암성을 지니고 있었다', '작업장에서의 분진 노출이 근로자의 폐암 발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임 교수는 "현장 조사 결과 기타분진 농도가 허용기준을 초과했고, 발암물질도 검출된 만큼 작업장 환경이 호흡기 질환 등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작업장 전반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씨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근로자들은 지하 2층, 지상2층, 지상3층에 있는 약 88㎞의 컨베이어 벨트를 관리한다.
이들은 하루 작업을 마치고 나면 얼굴이 따끔거리고 코를 풀면 새까만 콧물이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에 가득한 먼지 때문에 항상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25명으로 구성된 팀에 지급된 마스크 등 안전용품은 한 달 30개였다. 근로자들은 하루 작업을 마치고 나면 새까맣게 변한 마스크를 그대로 사용해야 했다.
수하물 시설 작업장에서 일하는 김동관(35)씨는 "여기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작업장에 쌓여 있는 먼지로 가려움증과 홍반 등을 항상 가지고 있다"며 "계약직 신분이라 아파도 말하지 못하고 묵묵히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있었던 작업장 전체를 청소하는 현장 환경정비 기간 이후 강모(59)씨는 접촉성 피부염이 생겨 피부과 통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2년마다 분진측정을 해 법적 허용기준 이하로 관리하는 등 작업환경 향상, 안전관리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근로자 측에서 맡긴 작업환경조사와 관련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