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와 같은 여자 대학원생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이렇게 실명을 밝힙니다."

자신의 지도교수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해 9월 고소한 20대 여성 B씨(2월 28일자 23면 1판 보도)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인천의 한 대학교 학과조교 출신인 B씨는 해당 대학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난 6일 오전 장문의 호소문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대학원 과정 중이던 2015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지도교수에게 받은 추행 피해 사례 중 13건을 세세하게 적었다.

B씨는 "A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만지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애'라며 저를 망상증 환자로 몰고 가기도 했다"며 "이는 성범죄 피해자인 제 몸과 마음을 너무도 멸렬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 호소문은 제가 없는 학교에서 저 대신 A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난 성폭력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인천지검이 수사 중이고, A씨는 자신에 대한 혐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A씨의 강의를 중단시켰고, 1심 판결이 나오는대로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경인일보는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15일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