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A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8)양은 월 10만원 가량의 저녁 급식비를 벌기 위해 주말마다 대형 아웃렛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이양은 각종 생활비와 학원비를 어머니의 급여로 충당하는 상황.

이양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어 석식을 먹어야 하는데, 학교로부터 석식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급식비까지 엄마에게 손 벌릴 수 없다는 생각에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석식 지원에는 손을 놓고 있어, 급식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급식도 교육의 한 과정'이라는 도교육청의 기조를 무색케 하는 동시에,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깔창 생리대' 사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29억원 규모로 5만1천명의 고교생에게 중식(점심)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특수교육대상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이다.

하지만 석식(저녁)의 경우 이 같은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도내 총 472개 고교 중 석식 급식을 시행하는 학교는 지난해 11월 기준 195개교로 절반 가량의 고교에서 5만8천672명이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있지만, 적게는 4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을 웃도는 석식 급식비를 온전히 개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

안산 B고교에 재학 중인 양모(17)군은 "대부분 친구들이 석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혼자만 먹지 않을 수 없어 신청했다"며 "집안 형편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석식 급식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교육청은 학교급식법 시행령이 중식을 급식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석식은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충남 청양군이 올해부터 전체 고교생을 대상으로 석식 급식비를 전액 지원하는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대조된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급식으로 규정된 중식만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도내 석식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석식 지원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