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901000746500036691

선거철이면 봇물 처럼 쏟아지는 게 여론조사다. 이제 여론조사 없는 선거는 불가능하고, 급기야 정치적 의사결정 수단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현 정부가 공론조사방식으로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을 재개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많다. 지표로서의 한계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현안에 대한 대중의 입장을 확인하는 실시간 지표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시간을 두고 실현해야 할 비전이나 목표는 실시간 지표로 확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원전 유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여론조사 형태인 공론조사로 결정하는게 맞느냐는 논쟁이 벌어진 이유다.

조작과 왜곡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점도 여론조사의 맹점이다. 선거 때 마다 여론조작 시비가 발생하는데 주로 추출 표본과 의도된 설문이 증거로 도마에 오른다. 신고리원전 공론조사 설문도 비슷한 시비에 시달렸다. 종종 여론조작을 감행하는 권력에게 여론조사는 조작을 위장하는 악행의 도구다. 미국 부시 정부 시절 이라크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여론조작 시도가 있다. 장막 뒤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당시의 스핀닥터는 백악관 참모 칼 로브였다. 스핀닥터들의 여론조작 수법이 왝더독(Wag the dog)이다. 대중을 부정적인 여론에서 분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형 이슈를 조작해 생성하는 수법이다.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 영화속 악질검사의 수법이다. 조작하기로 작정한 여론을 여론조사로 포장하면 대중이 눈치채기는 정말 힘들다.

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경계해야 한다. 밴드왜건 효과는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다수의 의견이 확장되고 강화되는 현상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소외를 견디지 못해 다수 의견을 추종하거나 아니면 침묵한다. 그 결과 실제와 다른 여론의 편향이 가능해진다.

그래도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침묵하는 민심을 가늠해 볼 유일한 수단이다. 경인일보가 어제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남경필 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3명에게 모두 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 지사 진영에는 비상사이렌이 울렸을테고,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경선이 본선이라는 절박함이 커졌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