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단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요즘 납품 단가 문제로 고민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부품 제조원가가 올라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물건을 공급받는 업체에서 도리어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납품 단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제조원가는 자꾸 오르는데, 납품업체는 가격을 내리라 한다"며 "안 내리면 거래처를 바꾸겠다고도 한다"고 했다.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납품 단가에 제조원가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3월 대기업과 하도급 거래를 하는 중소제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조사에선 전체의 절반 이상인 57.7%가 지난해 제조원가가 전년보다 올랐다고 답했다. 반면 납품 단가가 인상됐다는 업체는 17.1%에 그쳤다. 76.2%가 '변동 없음'이라고 해 가장 비중이 컸고, 6.7%는 납품 단가가 오히려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인하하는 방법은 '경쟁 업체와의 가격 경쟁 유도'(34.4%)가 가장 많았고 '추가 발주를 전제로 단가 인하'(23.0%), '지속적 유찰을 통한 최저가 낙찰'(19.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 기업의 70.5%는 별다른 대책 없이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제조원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한 기업은 72.6%에 달했다. 이들 업체 중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됐다고 응답한 곳은 37.2%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인의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제조원가 인상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되기 위해선 '원사업자의 자발적 인식 변화를 통한 공정원가 인정 문화 확산'(48.4%)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공정한 납품 단가 결정을 위한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34.5%)는 목소리도 컸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적정한 납품 단가가 보장될 때 중소제조업체도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혁신을 할 수 있다"며 "정부는 불공정 행위가 빈번한 업종 등을 중심으로 납품 단가와 관련한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원가↑·납품가↓ 압박 '샌드위치 된 中企'
대기업에 하도급 업체 504곳 조사
절반 이상 "올해 제조비용 올라"
일부업체 부당한 단가인하 경험도
입력 2018-04-10 21:12
수정 2018-04-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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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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