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
노명우 아주대 교수가 11일 새얼아침대화에서 '인생극장, 가장 한국적인 삶의 보고서'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새얼문화재단 제공

일제·전쟁등 역사 소용돌이 세대
미군 상대로 사진관 운영한 부친
그 흔적 쫓아 中 활동무대 찾기도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그 부모 세대는 대개 1920~30년대생들일 터이다. 그 부모 세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성장했으며 해방과 미군정, 그리고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한반도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버텨낸 세대인데 이제는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 자식 세대, 즉 50대들은 부모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마음만 있을 뿐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11일 오전 7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열린 제383회 새얼아침대화에서는 쉰셋 대학교수가 연단에 나와 자신의 부모가 살아낸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가 1924년생 아버지와 1936년생 어머니의 인생과 그 사회 이야기를 풀어낸 책 '인생극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노명우 교수 부모의 평범하기 그지없던 삶은 그의 손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낸 역사로 우러났다.

노명우 교수의 부친은 충청도 공주에서 태어났으며 일제가 신제국으로 건설한 만주 봉천으로 건너가 사진기술을 배웠다. 그리고는 스물 무렵에 일본군이 되어 일본에 배치됐으며 거기서 해방을 맞았다.

한국전쟁 이후엔 미군들이 많은 파주에 자리를 잡았다. 미군을 상대로 한 사진관을 열었다. 돈을 벌어 미군 전용 클럽도 운영했다. 노명우 교수는 그렇게 번 달러로 독일 유학까지 가서 공부했다.

노명우 교수는 부모의 삶의 이야기를 추적하느라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의 기록이 영상에 담긴 영화 150편을 봤다고 했다. 그중 98편이 '인생극장'에 녹아들었다.

노명우 교수는 부친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느라 중국 봉천에도 가고, 아직도 보존돼 있는 부친이 생활했던 일본군 당시 막사도 방문했다. 그러면서 알았다.

말년에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왜 '빠가야로'라는 일본어 욕과 '갓뎀'이라는 영어 욕을 달고 사셨는지를. 일제시기 소학교 시절, 무조건 복종해야 했던 당시에 무수히 들었을 '빠가야로'였을 거다.

또한 미군들이 가장 흔하게 했던 욕 '갓뎀' 역시 치매 노인의 무의식에서 되살아난 거였다. 노명우 교수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아버지, 초등학교도 경험하지 못한 어머니의 유난히 높았던 교육열이 교수가 된 자신의 삶의 밑천이 되었다고 밝혔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