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백은 천 주머니로,
비닐봉지는 에코백으로…
불편 감수하는 작은 실천이
지구 환경 지키는 디딤돌이다.
지구의 날은 시민주도의 자발적 환경운동으로, 1970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경제성장 논리에 밀려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시민들이 발 벗고 거리로 나서 차 없는 거리 만들기, 화석연료사용 줄이기 등 각종 환경운동을 전개했다.
환경보전이라는 간절한 목소리를 담은 이 움직임은 첫 번째 지구의 날 행사가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직까지도 전해지는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소망을,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에 반영해가며 살아왔을까?
안타깝게도 돌아본 발자취는 그리 자랑스럽지 못하다. 국제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매 1분마다 100만개의 플라스틱 병이 거래되고 있다. 연간 4조개의 플라스틱 백이 사용되고 있으며,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50% 이상이 일회용이다.
매년 2천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최근 아일랜드 골웨이 국립대학(NUI Galway)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는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북서 대서양의 심해 물고기 표본 233마리 중 73%에게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연쇄를 통해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에게 또다시 거대한 환경문제가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인류는 지구의 날이 만들어진 날로부터 반세기동안 전혀 진보하지 못한 걸까? 새롭게 등장하는 환경오염 문제로부터 지구를 올바르게 돌려놓을 해결책은 없는 걸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고결한 정신도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말잔치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용기는 개인 컵으로, 지퍼백은 천 주머니로, 비닐봉지는 에코백으로...불편을 감수하는 작은 실천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단단한 디딤돌이 된다.
전화위복이 된 걸까.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이 가져온 것은 혼란만이 아니었다. 시민들 사이에서 스스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유난스럽다는 주변시선에 선뜻 장바구니를 들지 못하던 주부들부터 실천에 나섰다고 한다.
육아정보 등을 공유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사용한 인증 사진이 잇따르고, 어떻게 하면 비닐봉지를 포함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확연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모두가 느꼈듯 환경문제는 자신의 삶에, 또 우리 자식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비록 처음에는 불편하고 귀찮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쌓인다면 작은 물이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듯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낸다.
모두를 위해 감수한 나의 작은 불편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나의 행동이 모두의 삶에 보탬이 되었다는 뿌듯함도 동반된다. 우리의 후손들은, 숭고한 정신을 가지고 이를 생활에서부터 실천한 선대들을 자랑스레 기억해 줄지 모를 일이다. 새봄, 지구를 구하는 작지만 담대한 실천의 손길들을 기대해 본다.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