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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정치부 차장
▶동네 꼬맹이들도 시비가 붙으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말한다. "네가 하는 것은 되고 내가 하면 안되냐"며, "내로남불이냐"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동일 사안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는 정치권 용어가 이제는 어엿한(?) 생활용어가 된 셈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민주당원의 댓글조작 논란 등은 이런 내로남불 흥행에 불을 지핀 사례다. 국민의 눈높이에선 똑같은 정치꾼인데, 그들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고 로맨스와 불륜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요즘에는 정치권발(發) 유행어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적폐(積弊)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부르는 용어다. 국정농단 세력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침이 이제는 사회 전 분야에서 그릇된 일을 가리키는 단골용어가 됐다. 비상식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 국민에게 적폐 청산이야말로 사이다 같은 속시원 함을 주는 청량제가 됐다. 하지만 적폐도 내로남불과 공통점이 생기면서 참신한 맛이 사라졌다. 나의 잘못은 실수이자 관행이지만, 남의 일은 비리와 부패의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내로남불의 아류가 된 셈이다.

▶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적폐의 적이 '쌓을 적(積)'이 아닌 '대적할 적(敵)'으로 바뀌는 순간 내로남불 식의 적폐청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그 이상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더욱 혹독한 채찍을 가할 때 적폐청산이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국정농단의 틈에서 희망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문 대통령 스스로가 내부 불의에 더욱 분노해야 한다. 보수 반성을 외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정부와 진보 여당에 고언(苦言)한 "우리도 이러다 망했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태성 정치부 차장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