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를 단 백령도어선6
'한반도기' 달고 '평화적 조업'20일 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장이 한반도기를 단 자신의 어선을 타고 인근 해역의 다시마양식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백령도/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北 월내도 12㎞ '군사적 위험' 잦아
한미훈련등땐 출항 못해 생계 지장
"평화협정 이뤄 '어장 확대' 바라"


"이제는 백령도에서도 사시사철 맘 놓고 조업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께 찾은 백령도 용기포구 선착장. 정박해 있는 10여 대의 어선에는 모두 태극기와 함께 '서해 5도 한반도기'가 걸려 있었다.

백령도 어민들이 제작한 '서해5도 한반도기'는 푸른색으로 표시한 한반도와 부속도서 제주도, 울릉도, 독도, 서해 5도가 그려져 있고 위에는 '서해 5도 어장확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곳에서 만난 백령도 선주협회장 장태헌(65)씨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간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서해 5도 주민들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오후 3시 10분. 한반도기를 단 '큰 다시마'호를 타고 해안과 약 1㎞ 떨어진 미역·다시마 양식장으로 향했다. 백령도에서 유일한 미역·다시마 양식장인 이곳에는 150m 길이의 양식 밧줄이 10m 간격으로 100개가 설치돼 있었다.

해무가 낀 날씨에도 남쪽으로는 대청도, 북쪽으로는 북한 월내도와 옹진반도가 한눈에 보였다.

월내도는 백령도와 약 1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북한 섬으로, 지난 2013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찾아 현장지도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은 "이 양식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군사적 위험을 이유로 배가 출항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미 연합 훈련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될 때는 출항이 금지된다"며 "날씨가 안 좋은 날뿐만 아니라 군사적 위험 때문에 출항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 생계에 큰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양식장에서는 제철 맞은 미역을 거두는 작업이 이뤄졌다. 배 위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양식 밧줄을 들어올리자 지난해 10월부터 길렀다는 1m 길이의 미역과 다시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 회장과 선원 1명은 다시마와 미역을 구별해 다 자란 미역만을 거뒀다. 약 1시간가량 작업한 후 배는 다시 용기포항으로 돌아왔다.

백령도 어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조업구역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 회장은 "북한은 우리나라가 정한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중국 어선까지 불법 조업에 나서면서 황금어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NLL에 대한 평화 협정이 이뤄져 백령도의 긴장감 완화와 함께 어민들의 조업 구역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