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100년의 천연기념물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 나무' 가지 일부가 고사(枯死)했다.
천연기념물 관리 주체인 옹진군은 이 나무가 말라죽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즉시 치료하지 않아 결국 가지가 부러져 '관리 부실'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백령도 중화동교회.
교회 앞에는 약 6m 높이의 천연기념물 무궁화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상에서부터 두 기둥으로 나뉘어 자란 이 나무의 한 기둥은 나무껍질이 군데군데 벗겨진 상태였고, 기둥 밑 부분의 색깔은 약을 바른 듯 파랗게 변해 있었다. 심지어 기둥의 한 가지는 완전히 부러진 상태였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이 무궁화 나무를 천연기념물 제521호로 지정했다. 높이가 6.3m로 국내에서 가장 크고 수명이 약 100년으로 추정되는 등 그 보존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관리주체는 옹진군으로 정했다. 이에 옹진군은 문화재청, 인천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2012년부터 매년 4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나무는 한 기둥이 고사돼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화동교회 조정헌 목사는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 때문에 뿌리가 들리면서 고사가 시작됐다고 얘길 들었다"며 "지난 겨울 강풍을 못 이기고 결국 부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옹진군이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 제출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옹진군은 지난해 이 나무의 부패 확산을 늦추기 위해 살균, 살충 처리를 했지만 즉시 치료하지 않았다.
옹진군 관계자는 "지난 2016년부터 부분 고사를 확인해 고사를 늦추기 위한 작업을 했다"며 "그럼에도 지난해 한 가지가 완전히 고사하면서 나무의 적정 치료시기인 올해 봄에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고사가 확인되는 순간 즉시 치료를 해야 한다며 옹진군의 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순천대학교 수목진단센터 류성호 박사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나무의 병균 번식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며 "겨울철이라도 고사가 확인되면 바로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나무가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부러졌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옹진군에 최대한 빨리 나무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