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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순 수원시상수도사업소 수질검사팀장
얼마 전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란 제목의 방송이 공중파를 탔다. 방송 내용은 증류수나 정수기에 비해 수돗물 가습기에서는 작년 서울 최고치 194 ug/㎥보다 높은 208ug/㎥의 미세먼지가 측정되었다는 것이다. 제목만 보면 가습기용 물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수돗물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객관적 실험이지만 단편적으로 보도하면 엉뚱한 결론에 이를 수 있어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이 미네랄이기 때문에 건강상 위해한 물질은 아니라고 첨언했다.

미네랄은 이온성 물질이기 때문에 초음파 분무를 하면 미세입자를 발생시킨다. 이것은 수돗물뿐만 아니라 미네랄이 포함된 지하수나 생수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물이란 "안전하고 깨끗하면서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균형있게 포함된 물"이다. 미네랄이 포함된 물은 체내 생리기능과 신진대사에 영향을 주고 물맛도 달라진다. 먹는 물 중 미네랄은 30 ~ 300mg/L가 적합하다. 수돗물과 프랑스산 생수의 미네랄은 각각 30mg/L, 110mg/L이다. 미네랄만 보면 생수와 수돗물 모두 마시기에 적합한 물임에도 수돗물은 직접 마시면 안 되는 물, 생수는 마시고 싶은 건강한 물이라고 생각한다.

생수, 정수기, 수돗물은 모두 먹는물이다. 우리나라 먹는물은 먹는물관리법에 의해 생산과 유통이 관리된다. 생수 수질검사는 원수와 제품수가 대상이며 제품수는 생산 후 12시간 이내 것을 검사한다. 생수 유통기한은 상온에서 1년이나 되는데 유통 중 수질기준을 초과해도 생산업자가 자가 조치 후 통보만 하게 되어 있다. 이는 생수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생산과 오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돗물도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관리되지만 따로 수도법을 두어 생산 및 공급과정의 처리기준과 사고 대응까지 철저히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질기준 항목도 법정항목 60개와 감시항목 25개 등으로 나누어 관리되며 수질검사결과도 과정별로 공표하고 있어 확인도 가능하다. 반면 생수는 광고 외에는 유통 중 수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수기에 대한 관리는 먹는물관리법으로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정수기 성능에 대한 품질검사만 실시하게 되어있다. 수질검사는 참고용 2개 항목뿐이다. 즉 정수기의 수질관리는 소비자의 몫일 뿐 법으로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정수기는 필터를 사용하면 미네랄이 거의 제거되어 가습기 사용 시 미세입자가 적게 발생한다. 미네랄이 포함된 건강한 물을 마신다는 측면에서 보면 권장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필자가 25년 이상 상수도 분야에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수돗물 마셔도 되나요?"라는 것일 만큼 수돗물은 많은 오해와 불신을 받고 있다. 불신의 책임은 물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공공재로서의 수돗물의 자리를 생수와 정수기에 내주도록 방치한 정부에게 있다.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고 이익만을 추구한 기업과 언론매체도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앞으로도 수돗물의 우수한 공공성을 살리지 못한다면 공공재로서의 수돗물은 그 지위를 잃고 허드렛물로 전락할 것이다. 미국이 의료보험제도를 확립하지 못해 맹장수술 한번에 3천만원을 지불해야 하듯이 우리 아이들은 얼마를 지출해야 마실 물 한 병을 살 수 있을까?

/김호순 수원시상수도사업소 수질검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