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양주는 섬유산업으로
유명세를 얻었으니
지명 유래·지역축제·지방산업을
한 꼬치에 꿸 수 있는 콘텐츠다
음식료가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은 저장·조리나 가열 중에 갈색소가 형성되는 현상이다. 묘하게도 간장, 된장, 빵, 쿠키, 커피의 이 같은 갈화(褐化)는 향과 맛을 깊고 풍부히 한다. 특히 탄수화물의 갈변을 '카라멜화'라 하는데, 140℃ 이상이라야 가능해서 100℃를 넘기지 못하는 삶기와 찌기는 불가능하다. 찐 고구마보다 군고구마가 더 맛난 이유다. 어린 시절의 찍어 먹기, 쇠고기 스테이크, 커피 로스팅이 모두 구워서 얻는 맛이다.
천보산 서쪽 끝자락의 의정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앞에서 양주 고암동 고장산 자락으로 출근한다. 의정부 하동촌, 양주 암매교차로와 삼밭골교차로를 지나는데 이 노정은 천보산 자락을 남에서 끼고 돌기이며, 양주 마전동의 횡단이다. 의정부 금오초등학교 뒤 천보산 정상에서부터 그 북서 산록을 포함한 산 밑의 너른 벌판, 양주시청까지의 중랑천 동편이 모두 마전동이다. 마전동(麻田洞)은 옛 '삼밭골'의 한자 표기이다. 예로부터 대마 농사 삼밭이 많아 삼밭굴이라 불렸고, 일제강점기 때까지 삼 재배가 성하였다. 삼은 3~4m 큰 키로 여린 대나무처럼 자란다. 공주 마곡사는 설법 듣는 대중이 빼곡히 심긴 삼처럼 많아 얻은 이름이다. 줄기가 쉬 벗겨지려면 잔가지 없어야 하고, 곁가지 없이 위로 쑥쑥 치자라기를 바라 삼밭은 빽빽한 밀식이다. 그래서 옛글에는 삼밭의 남녀 간의 '섬씽(somthing)'이 가끔 등장한다.
2017년 말 양주시가 오매불망 바라던 경기북부 테크노밸리를 유치했다. 양주역 주변과 그 동편 남방동 일부와 중랑천 건너 마전동 16만여 평을 첨단(techno) 섬유·패션, 전기·전자 산업단지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첨단산업이 제조업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융화해 새로운 산업모델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1년 본격 착공하고 2025년 초 준공 예정이니 조만간 마전동 삼밭골 시대가 도래하겠다. 양주시의 섬유·의류산업 집적도는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시의 대표산업이 되었다. 테크노밸리 유치로 전래의 옷감 삼베 생산지였던 삼밭골이 21세기 첨단섬유산업 중심지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삼밭골 위치는 마침 의정부와 양주의 접경이라서, 장차 경기북부 분도(分道)나 이른바 의양동(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양주시는 테크노밸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2만 3천여 일자리와 2조 원의 직접적 경제효과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어마어마한 경제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그야말로 '삼밭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양주 광사동 나리공원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에 들러 하루를 썩 잘 놀았다. 푸른 하늘과 옅은 새털구름 아래 분홍, 보라, 빨강 색색 천일홍 무더기와 말쑥 고고한 붉은 칸나와, 은은한 핑크뮬리가 모두 강렬한 아름다움이었다. 전국에서 수십만 인파가 몰렸으니 인근 경제에 꽤 도움이었겠다. 연초 양주의 국회의원과 시장이 올해의 축제를 지역민들과 논의했다는데,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했을 터다.
올해는 이 나리공원 빙 둘러 삼밭을 조성하면 어떨까? 삼은 봄에 파종하는 1년생 초본이니, 이제 발의해도 과히 늦지 않을 것 같다. 공원과도 꽤 어울릴 듯 하다. 과거 광사동과 마전동이 모두 삼밭이었다. 더욱 양주는 섬유산업으로 유명세를 얻었으니, 지명 유래와 지역 축제와 지방산업을 한 꼬치에 꿸 수 있는 콘텐츠이다. 하는 김에 특색을 살려 뽕나무밭도 조성하고, 지난해 심은 목화도 그 면적을 늘리면 좋겠다. 이 셋은 우리나라 전통 섬유산업의 뿌리이다.
/유호명 경동대학교 홍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