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연수구에 55건 잇단 신고
"화학약품·썩은갯벌 냄새"등 접수
송도 5공구 현장 출동 원인 못찾아
내부 발생·주변 영향 여부 파악 중
"낮은 기압탓 유독 심했던듯" 추정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한밤중 원인 모를 지독한 악취가 떠돌아 도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은 인근 공업지역에서 날아왔거나 유출된 유해화학물질이 원인이 아닌지 우려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34분께 송도국제도시에서 "지린내같은 지독한 냄새가 심각할 정도로 코를 찌른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1일 새벽까지 송도 전역에서 소방당국과 연수구로 총 55건의 악취 신고가 잇따랐다.
송도 주민들은 "화학약품 냄새"라거나 "갯벌 썩은 냄새"라고 표현하는 등 정체불명의 악취에 괴로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새벽 3시쯤 악취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악취 신고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과 아파트단지 등이 있는 송도 5공구 쪽에서 집중됐다. 소방당국과 연수구, 경찰, 가스안전공사 등에서 현장에 출동해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악취 발생원은 찾지 못했다.
악취가 한창일 무렵 야외에 나와 있던 주민 신모(44)씨는 "눈이 따갑진 않았지만 코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며 "화학물질이 날아온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이 복합가스측정기를 동원해 대기를 측정한 결과 가스 누출에 의한 악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특정 시간대에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심각한 악취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악취가 송도 내부에서 발생했는지, 남동산단이나 시화산단 등 송도 주변 공업지역의 영향인지도 파악 중이다. 소방당국은 최근 한 달 동안 송도에서 악취 관련 119신고는 1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앙119구조본부 시흥화학구조센터 관계자는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 중"이라며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등이 포함됐는지 여부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 악취 관련 민원을 담당하는 연수구는 소방당국이 채취한 시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원인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악취가 심했던 현장들을 확인했지만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기상 상황을 고려해보면 낮은 기압으로 인해 공기가 확산하지 않아 악취가 유독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