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호의무 규정 '영사조력법안' 발의
법 가결땐 체계적 보호시스템 구비 가능
든든한 조국되기 위해 법 반드시 통과돼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재외국민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永住權)을 취득한 사람이나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학업을 위해, 또는 생계를 위해 다른 나라에서 열심히 사는 이들이다. 이렇게 해외에 거주 또는 체류하는 재외국민은 7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니, 더 근본적인 것부터 짚어보자. 이들에 대한 보호를 해야 할 당위성은 무엇인가?
헌법 제2조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영토에는 없지만 엄연히 우리 국민으로서 국가의 보호가 마땅하다는 것이 헌법에 나와 있다.
국제경기가 개최되거나 외국에서 정상회담이 있을 때 항상 접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환호하는 재외국민이다. 지난 번 촛불집회를 떠올려보자. 미국에서, 일본에서, 유럽에서 재외국민들도 함께 촛불을 들고 혁명을 함께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민간외교를 펼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한다.
이러한 재외국민이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할 경우 문화와 언어가 달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 대한 보호를 더 신경 쓰고 살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에 '재외국민보호 강화와 재외동포지원 확대'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관련 법률은 전혀 없었다. 행정규칙에 근거해 재외국민 보호정책이 이뤄지다 보니 실무적, 개별적 수준의 대응만 있고 적절한 보호체계가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외에도 여행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국민이 연간 1천900만 명으로 크게 늘면서, 해외에서 사건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국민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지난달 23일 18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외에서 재외국민이 처하게 되는 각종 사고와 위난에 대한 국가의 구체적인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영사조력의 범위와 체계를 명확히 했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재외국민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재외국민보호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해외 위난상황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우 신속대응팀을 파견하도록 했고, 재외국민이 영사조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경우 재외공관장이 우선 비용을 지급하되 후에 상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것으로 충분하겠느냐만, 우선 땅부터 다져야 씨앗을 뿌리듯이 법률부터 구비돼야 예산도 투입하고 정책을 수립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동안 주먹구구식 단기적 대책만 있었는데, 이 법이 통과된다면 중장기 계획 하에 체계적인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 구비가 가능해진다.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은 타지에 있는 가족을 위해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따로 부뚜막에 놓고는 했다. 객지생활이 무탈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법을 발의한 후 720만 재외국민을 생각하며 밥 한 공기를 지어 올려놓은 심정으로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 중이다. 애가 쓰이는 가족의 무탈함을 기원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힘이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재외국민께 든든한 조국이 되기 위해 이 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이석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동안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