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서점에서만 파는 책'이란 게 있다. 제법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도 온라인 서점만 이용했다면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이 책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구매하고 싶다면 동네서점을 찾아가야 한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최근 '2010~2017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을 출간했는데 제법 인기가 높다. 책도 책이지만, 숨 막히기 일보 직전인 동네서점을 살려야 한다는 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신선하다.
발상도 기발하다. 문학동네가 매년 출간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중에서 동네서점 주인들이 추천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7편을 한데 묶었다. 마케팅도 눈에 띈다. 궁금증 유발을 위해 비닐 포장을 뜯지 않으면 내용을 알 수 없게 제작했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민음사가 지난해 선보인 '쏜살문고 × 동네서점 에디션'도 오직 동네 서점을 위한 기획 상품이다. 이 책은 동네서점 '51페이지'라는 곳에서 출간을 제의했다. 입으로는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한다면서도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중심으로 마케팅에 전념하던 대형 출판사의 뼈아픈 자성(自省)도 한 몫 했다. 막상 출간되자 출판사도 놀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 출간되자 초판 2천부가 순식간에 동나 한 달 새 3쇄 4천부를 찍었다. 디자인도 첫 눈에 반할 만큼 깔끔하고 예쁘다.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데 반해, 새로 문을 여는 작은 동네 서점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형서점과의 철저한 차별성이다. 일부 서점은 고유한 취향을 자랑하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최신 유행에 밝은)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는 북 콘서트, 독서토론, 시낭송회를 여는데 열기도 뜨겁고 수준도 꽤 높다.
경기도가 최근 '힘내라! 경기 동네서점'이란 주제를 내걸고 공모한 '2018년 경기도 지역 서점' 169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서점엔 시설개선, 홍보, 경영 컨설팅이 지원된다. 그러나 동네 특색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오히려 더 절실해 보인다. 동네서점은 지역 문화의 모세혈관이다. 혈관이 막히면 지역 문화는 죽는다. 그래서 동네서점은 꼭 살려야 한다.힘내라! 동네서점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