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에 달하는 홍콩 금괴를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밀수해온 '공항 환승장 불법 중계무역'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내법이 닿기 어려웠던 공항 환승구역에서 자행된 금괴 밀무역을 적발해 기소한 첫 사례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조대호)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금괴 4만여개(2조원 상당)를 홍콩에서 한국 공항 환승구역으로 밀반입한 후 한국인 여행객을 동원해 일본으로 빼돌린 일당 13명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A(53)씨 등 핵심 조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A씨 일당은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등 국내 공항으로 반입해 미리 모집한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전달, 한국인에 대한 단속이 느슨한 일본공항으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괴 출발지를 홍콩에서 한국으로 세탁하기 위해 공짜여행으로 유혹한 한국인 여행객을 전달책으로 이용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1년 6개월 동안 총 2조원 상당의 금괴 4만여개가 국내 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하루 평균 200여개의 금괴가 공항 환승구역에 몰래 들어왔다가 나간 셈이다. A씨 일당은 홍콩과 일본 사이 금괴 시세차익으로 400억원의 순수익을 올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 그래픽 참조
공항 환승구역은 입국장이 아닌 출국 대기장소(보세구역)다. 환승구역에 물품을 반입하는 것은 밀수에 해당하지 않아 세관의 단속 권한이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 환승구역을 이용한 금괴 밀수 범행을 처벌한 사례가 없었다. 검찰은 법리검토를 거쳐 환승구역 불법 중계무역에 대해 처음으로 관세법상 '밀반송'으로 규정해 조직원들을 구속했다.
그동안 전달책 역할을 맡은 한국인 여행객만 일본공항에서 적발돼 불법 중계무역 조직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일급 50 일본여행 알바' 등 공짜여행 광고를 보고 가담했다가 일본세관 등에 적발된 한국인 가운데는 가족 단위 여행객도 있었다.
검찰은 2016년 한 해 동안만 5천명 이상의 한국 여행객이 범행에 동원된 것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법 적용의 어려움 등으로 처벌사례가 없어 국내 공항 환승장이 일본 금괴 밀수의 통로로 악용돼왔다"며 "앞으로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 통관 행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미비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