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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용만 자신과 인연 맺은 수많은 작가들 자료 선봬
해외관엔 '세계문학관 기행' 속 거장들 작품과 삶 소개
관람객에 직접 설명 "문학정서를 가슴에 담아가게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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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살 된 아이들이 푸슈킨이 사람인지, 과자인지 분간 못해도, 이 곳에서 푸슈킨 이름 석자만 알아가도 됩니다. 그 아이가 성장하며 언젠가 푸슈킨을 마주할때 지금 순간을 기억할테고, 지적 충격을 받을거예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 그 아이의 삶 속에 문학적 정서가 담길 수 있죠."

양평의 잔아문학박물관은 소설가 김용만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마지막 아이라는 뜻의 '잔아'는 자신의 호이고, 문학관 안에 전시된 모든 것들은 김 작가의 손으로 꾸며졌다.

그의 문학관은 조금 독특하다. 작가 이름을 건 문학관인데, 자신의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문학을 빛낸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전시장 가득 나열돼있다.

나를 뽐내지 않고, 다른 작가들의 성취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보여주는 데 열중했다.

그가 한참을 서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푸슈킨'을 설명한 것도 전시장 풍경과 비슷하다. 그 점이 궁금해 물어보니 작가는 "문학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 갈음한다.

그의 말대로 글을 쓰고 제자도 가르치며 여생을 편하게 지내도 될텐데, 굳이 자비를 쏟아가며 문학관을 운영하는 건 정말 문학을 좋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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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김용만씨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서울 집을 팔고 양평으로 넘어온 게. 친한 글쟁이(국문과 교수)들이 제자들을 잔뜩 데리고 우리 집 방 하나를 빌려 밤을 새워가며 문학을 공부했어요. 그게 문학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는지, 전국 각지에서 집에 오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우스갯소리로 잔아에게 5번은 가야 문학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죠."

농담 같지만, 그것이 잔아문학박물관의 시작이었다.

한국의 수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모아 둔 문학자료들과 세계 문호를 공부하기 위해 방문했던 해외 100여개 문학관 자료들이 쌓이니 그의 집은 자연스럽게 '문학 성지'가 돼 버렸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밤이 새도록 문학을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이 참 행복했어요. 소문을 듣고 우연히 들른 공무원이 '이정도라면 문학박물관 운영하셔도 되겠다'고 권하는 말에 대중에게도 순수문학을 알리자는 마음을 먹었죠. '손해 보더라도 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매년 적자가 쌓이지만 박물관을 찾아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관람객을 보면 그만둘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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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아문학박물관에는 한국문학을 빛낸 작가들의 두상을 본떠 만든 테라코타 작품이 있는 국내관과 해외작가들의 사진이 걸린 해외관이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이 곳은 문학 '박물관'적 성격이 강하다. 국내관은 김 작가와 인연을 맺은 한국 작가들의 숨겨진 사진과 기록을 볼 수 있다.

미당 서정주부터 김남조, 이문열, 이외수 등 원로 작가들과 에피소드가 담긴 젊은 시절의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김연수, 김영하 등 중견 작가들도 이 곳을 방문해 발자취를 남겼다.

작가들의 두상을 본 떠 테라코타로 제작한 작품이 곳곳에 전시돼있는데, 직접 작가들이 박물관을 찾아 두상을 뜨고 손도장을 찍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외관에는 그가 서정시학을 통해 연재했던 '세계문학관 기행' 속에 등장했던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소개한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두 문학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문학의 정서가 가슴 속에 살아있으면 그 삶은 살아있는 겁니다. 일을 하다가도 관람객이 찾아오면 되도록 제가 직접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설명하려고 해요. 많은 사람이 박물관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오더라도 그가 문학 정서를 가슴 속에 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박물관은 중고등학교 사이에서 인기 견학지로 손꼽힌다. 직접 학생들을 데리고 차근차근 작가들의 삶을 전한다.

종종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든지 미쳐라' 라고 조언하기도 한단다. 늦깎이로 문학을 시작했다는 그 역시 문학에 단단히 미쳐있었다. 그리고 그의 뜨거운 열정이 참 고맙게 다가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