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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유독 간행이 잦았던 불경이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인데 간략하게 부모은중경으로 일컫는다. 부모의 은혜를 강조한 경전 내용이 효를 근본으로 하는 유교와 상충하지 않았던 덕이다. 경에 따르면 어머니는 3말8되의 응혈(凝血)을 흘려 자식을 낳아, 8섬4말의 혈유(血乳)를 먹여 기른다 했다. 그러니 자식이 아버지는 왼쪽 어깨에, 어머니는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 다 갚기는 어렵다. 효경(孝經)은 공자와 제자 증삼의 문답 중 효도에 관한 것을 간추린 효 실천서로, 효에 기반한 충을 통치사상으로 떠받든 조선의 경국교과서였다.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한 전제정치의 사상적 도구로서 효경의 효의 용도는 시대착오적이다. 자녀인 인민이 어머니인 당과 아버지인 수령에 효성과 충성으로 받드는 거대한 가정이라는 북한의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대표적이다. 통치규범으로서 효는 너무 낡아 수용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반면 부모은중경이 강조한 효의 의미는 인간적 규범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낳아주고 길러 준 부모를 향한 본능적 도리로서 '효'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가치이다.

그런데 인간적 규범으로서의 효마저 흔들리는 패륜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니 큰일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사법기관은 1만2천9건의 노인학대 신고를 받아 이중 4천280건을 학대로 판정했다. 전년 보다 12.1% 늘어난 수치란다. 가해자 10명 중 4명이 아들이고, 직계가족을 비롯한 친척과 친족이 전체 가해자의 75.5%에 달한다. 경찰청이 홍철호 국회의원에 보낸 자료는 더 심각하다. 살인을 제외하고 부모를 해치는 패륜범죄가 2012년 956건에서 5년만인 2017년엔 1천962건으로 배가 늘었다니 말이다. 최근 4년간 해마다 47~60명의 부모가 자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패륜범죄의 상당수가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간의 경제적 갈등 탓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옳다면, 전례없는 취업난 속에 패륜범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에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모양이고, 공휴일 지정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어 경제적으로 독립시켜 주는 일이, 이 시대 어버이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지 아닐까 싶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