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인류학의 거두 레비 스트로스는 어릴적부터 고전 음악을 곁에 두고 살만큼 음악애호가였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겼다. '슬픈 열대'와 함께 기념비적 저작으로 꼽히는 '신화학(전 4권)' 시리즈 제1권 '날 것과 익힌 것'에서 그는 음식 문화를 음악과 비교했다.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곡(overture)은 풀코스 요리의 수프·채소와 같은 전채요리에 해당하고 교향곡은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요리, 앙코르 곡은 커피나 과일 같은 디저트에 비유했다. 그는 음악이나 음식이나 사람이 재료를 다루는 능력, 비법 그리고 문화에 따라 그 맛과 멋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남아메리카 밀림 속에 사는 부족들이 살아있는 엄지 크기의 애벌레를 맛있게 먹으며 자신에게 권했을 때, 그들의 문화라고 생각하니 먹을 만했다고 술회했다.
국가 정상들 간의 만남에서 만찬장 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술이 언론에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소개되곤 한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이번 판문점 만찬에 나온 냉면을 두고 "평화의 상징은 이제 비둘기가 아니라 평양냉면"이라고 전 세계에 타전했듯이 만찬장에서 정상들이 나누는 말과 행동 못지않게 그들이 어떤 음식, 어떤 술을 먹고 마시는가는 세인들의 관심사다. 국제회의나 정상들의 만찬장에 오르는 음식들은 대체로 주최 국가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든 조리사가 누군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건배용 술의 종류와 상표, 생산연도를 식단에 자세하게 표기하는 것은 이제 국제적 관례다. 보통 정상들 만찬의 경우 6~7코스가 기본이다. 아페리티프 와인에서 시작해 입맛을 돋우는 오르되브르-수프-생선요리-육류요리-샐러드-치즈와 디저트로 이어진다.
일본 아베 총리 부부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의 만찬에서 검은 신발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나왔다고 해서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동양권에서 신발을 밥상에 올리는 것은 큰 결례다. 용기로 사용한 신사화는 세계적인 예술가 톰 딕슨의 작품이고, 요리사는 그 유명한 세게브 모셰였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례적으로 "이는 유대인에게 돼지 모양의 접시에 초콜릿을 담아 대접한 격"이라고 자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문화를 인정해서인지, 싫은소리 하지않는 일본인의 성격때문인지, 정작 일본정부와 언론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