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걸친 서해안과 중국 포괄
환황해경제적 거점 확보 좋은 기회
인천은 중앙·국가간 이해관계에
또다시 운명 내 맡길 것인가?
이것은 인천의 '거점기능'이 부족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거점은 주변 지역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주변 지역을 끌어들이는 구심력이 높을수록 거점기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거점은 경제, 사회, 문화, 교통, 교육 등 여러 가지 양상이 있는데 특별시, 광역시가 대표적인 거점도시라 하겠다. 인천의 경우, 거점도시라 하기에 부족한 면이 많다. 서울과 인접 경기지역 위성도시가 가진 구심력이 워낙 높아 블랙홀이라 불리고 있는 관계로 인천이 광역시에 걸맞은 거점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수도권에서 인천광역시는 서울특별시의 부심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런 형세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 텐데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인천의 흥망사는 내부적 동인보다 외부적 사건들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아왔다. 고려 시대 국제 해상 교류 중시, 몽골 침입에 따른 강화천도, 조선 시대의 육로 교역 정책, 제물포조약과 개항, 수출주도 성장전략의 국가산업단지 건설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지금 인천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오고 있다. 판문점 선언과 남북경제협력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 인천이 가장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환황해경제벨트이다. 이것은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남북경협 구도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환황해경제벨트는 인천이 실질적인 경제적 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구도이다. 산업, 물류, 교통을 핵심으로 하여 수도권에서 신의주를 근간으로 남으로 목포까지 서쪽으로는 중국까지 아우르는 경제권 개념이기 때문이다. 남한의 경제성장은 경부선축이었다. 도로, 철도, 산업이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남북 방향을 따라서 위치한다. 인천, 서해안, 호남, 강원 같은 동서 지역이 저발전을 한 것은 중앙정부 발전전략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사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면 경부 축 중심의 남한 경제구도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역발전 관점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근간은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해 남한 경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남과 북의 인프라를 신설하고 양쪽을 연결하여 시너지 효과를 구현하자는 생각이다. 북한 쪽의 개성~신의주 환황해경제벨트가 남한의 경부 축에 연결되는 수준이 높을수록, 남한 서해안 지역의 발전에는 남북경협의 수혜 정도가 작아져서 지역 균형발전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경협이 실행되는 방식과 내용은 남한과 북한의 구분을 넘어 한반도 각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향후 한반도의 경제와 사회를 규정하는 중요한 구조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환황해경제벨트는 남북에 걸친 서해안과 서해 연안의 중국을 포괄하는 거대한 환황해경제권을 작동시키는 중추가 될 것이고 거점과 변방이 생겨날 것이다. 천 년에 한 번 올 만큼의 역사적 사건이 인천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인천은 또다시 중앙정부나 국가 간 이해관계에 인천의 운명을 내맡기고 있을 것인가?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