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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과학유머잡지에서 1991년 처음 발표하기 시작한 이그노벨상(Ig Novel Prize)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노벨상을 모방해 만들어졌으며, 그 실용성이나 가치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엉뚱한 발상이나 이색적인 연구 업적을 기리는 상이다.

2000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는 세상의 모든 물질이 미세하나마 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강력한 자기장을 통해 개구리를 공중부양(?) 시키는 황당한 실험을 감행해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0년 뒤, 그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연필심인 흑연에서 최첨단 신소재인 그래핀을 추출하는데 성공하면서 당당히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남들이 보기에는 괴짜스러운 호기심과 기발한 상상력이 과학자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노벨상 수상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무민(無mean)세대'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없다'는 뜻의 '무(無)와 '의미'를 일컫는 영어 '민(mean)'이 합쳐진 용어로 치열한 경쟁과 취업의 장벽 앞에서 지칠 대로 지친 20대가 아무 의미 없는 행위를 통해 자기위안을 받는다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공잔디나 보도블럭, 구멍난 고무장갑 등 쓸모없는 물건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있다.

생각해보면 '의미'있는 행위의 판단기준은 오늘날 지극히 편향된 개념으로 변질된 상태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위'의미'있는 일이란 돈을 벌거나, 좋은 집을 사거나,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어느 시인의 詩처럼 말이다.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1,200명을 모집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에 3,326명이 지원을 했다. 해당 분야가 다름 아닌 '농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속적인 영농인력의 고령화로 농촌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농업을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최근 들어 쌀이 아닌 다양한 대체작물 재배를 독려하는 정부와 농협의 지원이 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IT기술을 접목한 첨단농업을 시도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농촌에서 아직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의미'를 찾기 위해 용감한 모험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그리고 그들의 '의미'있는 도전을 응원하는 목소리와 정책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들이 현실을 부정하는 무기력한 청년을 뜻하는 '무민세대'가 아니라 무(無)에서 민(mean)을 창조하는(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농촌에서 소중한 가치와 새로운 의미를 찾는)'무민세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