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 하나에 백에서 삼백 개 정도
작은 유백색 꽃이 모여 있는데
한번 보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
꽃의 꿀샘이 깊어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아주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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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밖으로 눈을 돌리면 온통 싱그러운 초록의 세상이다. 계절의 여왕 5월답게 녹색의 물결 위에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 눈을 호강시켜준다. 길 가장자리에 새하얀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탐스럽게 꽃을 활짝 피운 이팝나무, 사뿐히 나무에 내려앉은 나비의 화려한 날개 같은 산딸나무, 숨이 멎을 듯 한 향기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까시나무, 라일락 등 풍성한 꽃 잔치가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그 중에서 하늘을 향해 곧게 선 눈부시게 화려한 꽃으로 멀리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나무가 있다. 바로 칠엽수(七葉樹)다. 세계적으로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등과 함께 가로수로 사랑받는 칠엽수는 1920년대 초에 일본에서 들어온 나무이다. 사실 우리에게 칠엽수는 프랑스 이름인 '마로니에'로 더 알려져 있으며, 영어명칭은 Horse chestnut이다. 프랑스 파리의 명소인 몽마르트언덕과 샹젤리제거리의 가로수인 마로니에는 발칸반도가 원산지인 '가시칠엽수'라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마로니에로 주한 네덜란드공사가 1912년 회갑을 맞은 고종을 위로하기 위해 선물로 보낸 것이다. 지금도 덕수궁 포덕문 앞에서 아름드리 거목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의 대학로에는 낭만을 상징하는 마로니에 이름이 붙은 공원이 있는데, 옛 서울대 본관 앞에 있는 나무는 1928년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시절 일본인 교수가 심은 나무중 하나로 마로니에가 아니라 칠엽수다.

칠엽수와 가시칠엽수는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 여간해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쭉쭉 뻗어 오른 뒤 사방으로 가지를 넓게 뻗는 것은 물론 잎의 형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두 나무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열매에서 찾은 수 있다. 칠엽수는 열매에 가시가 없이 흔적만 남아 있고 잎의 뒷면에 적갈색 털이 있는 반면에 가시칠엽수는 열매 표면에 성게처럼 촘촘히 가시가 돋아나 있고 잎 뒷면에 거의 털이 없다.

칠엽수는 칠엽수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중부 이남에서 가로수나 공원에 많이 심는다. 키가 삼십 미터까지 자라고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무 모양을 둥글게 만들며 수피는 회갈색이다. 어렸을 때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커갈수록 햇빛을 좋아하며,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한 땅에서 잘 자란다.

칠엽수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잎자루에 일곱 장의 잎사귀가 붙어있어 생긴 이름으로, 큼지막한 잎이 손바닥모양으로 다섯 장부터 아홉 장까지 붙어 있는데 대부분 일곱 장이기 때문이다. 잎은 가운데 잎이 이십에서 삼십 센티미터까지 크게 자라고 옆으로 가면서 점차 작아지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데도 칠엽수만한 나무가 없으며, 바람결이 시원해지는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해준다.

5월에는 가지 끝마다 원뿔모양의 꽃이 모두 위로 달리는데 그 모양이 독특해 마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꽂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꽃대 하나에 백 개에서 삼백 개 정도의 작은 유백색 꽃이 모여 있는데 한 번 보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꽃의 꿀샘이 깊어 꿀이 잔뜩 들어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아주 인기가 많다.

가을에는 달리는 골프공만한 황갈색 열매는 밤처럼 생긴 적갈색 종자가 들어있는데 맛이 떫고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