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세청이 인천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가는 금괴 밀수조직에 대한 단속 및 처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인천공항을 통로로 수년간 홍콩-일본 간 금괴 밀수가 이뤄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최근 한국 수사당국의 처벌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은 물품을 운반한 것만 가지고 한국 세관이 단속·처벌하는 게 적절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8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환승구역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1㎏짜리 금괴 7개(시가 3억5천만원 상당)와 관련해 운반자에게 관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금괴는 홍콩에서 가져온 것으로 한국인 운반책이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밀반입하려던 것이다.

관세청은 그동안 환승구역에서 이뤄진 물품 반입·반출의 경우 사실상 외국에서 벌어진 일로 보고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최근 1년 6개월간 홍콩에서 한국 공항 환승구역을 통해 4만 개의 금괴를 일본으로 빼돌려 4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일당을 붙잡아 최근 10명을 기소(5월 4일자 6면 보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밀반송' 혐의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외국물품'을 보세구역인 환승구역에서 외국으로 반출하려면 반송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검찰은 관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의 이번 판단대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인천공항 환승구역에서 외국으로 외국 물품을 반출하는 환승객 또는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관세청은 세관 신고를 받아야 한다.

세관 당국은 금괴뿐만 아니라 환승구역 내 모든 물품의 이동을 들여다보고 단속도 해야 한다.

환승객에 대한 한국 세관 당국의 개입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가입한 세계관세기구(WCO)의 '교토협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환승객이 인천공항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청 조사총괄과 관계자는 "환승 물품에 대해서는 마약과 총기 이외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일본으로 금괴 밀수가 이뤄진다고 해서 한국에 해악을 끼치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일본으로 금괴를 밀수하는 국제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관하는 것이 맞느냐가 고민이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기다린 뒤 이와 관련한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