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배터리 등 제어 컨트롤러 핵심부품
순간 온도 최고 175℃… 성능저하 부작용
'고압 다이캐스트' 일체형 냉각장치 고안
부품단축·누수완벽차단 세계적기술 인증
기술제휴등 13건 특허… 해외개척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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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시도 아니냐" "당신의 아이디어가 과연 처음이겠느냐"는 부정적·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자동차부품 업체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신생 업체가 기술적으로 독창성을 갖는 게 쉽겠느냐는 의심이었다.

엠에이치기술개발(주)를 창업한 유진호(51) 대표는 이런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그는 더욱 자신감을 갖고 성장을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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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호 엠에이치기술개발 대표가 14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지식재산센터에서 전기자동차 핵심구성품인 컨트롤러용 냉각장치 샘플을 보이며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판로 개척으로 냉각장치 등 열 관리 분야 업계에서 우리가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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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엠에이치기술개발 사무실에서 만난 유진호 대표는 "인천지식재산센터 등의 도움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이 국내외적으로 선도적인 기술임이 입증되면서 불신을 신뢰로 되돌릴 수 있었다"며 "기술 검증을 도왔던 특허법인도 우리에게 투자해 주주가 된 건 그런 신뢰의 사례일 수 있다"고 했다.

엠에이치기술개발이 내세우고 있는 기술은 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차 포함)의 핵심 구성품인 모터 등에 적용하는 '냉각장치 제작 기술'(냉각유로성형기술)이다.

유명 완성차 회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들이 있지만, 엠에이치기술개발은 다른 업체가 갖지 못한 기술력으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모터, 배터리 그리고 모터와 배터리를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는 전기차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들이다. 이들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전기차가 비로소 주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부품은 작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열을 발생시킨다.

작동하는 모터는 순간 온도가 120℃까지 올라가고 반도체가 많은 컨트롤러는 무려 175℃의 열이 발생한다. 배터리는 뜨거워지다 못해 폭발할 위험이 있다.

이들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부품의 성능 저하는 물론 수명이 크게 짧아진다.

엠에이치기술개발은 이들 부품의 열을 관리하는 냉각장치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냉각장치는 별도로 제작된 상판과 하판을 조립해 만드는 결합형이었다. 이 제품은 상판과 하판 사이 틈으로 냉각수가 흘러나올 우려가 있고, 결합을 위한 부품이 필요해 제작비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특히 냉각수 누출은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엠에이치기술개발은 이들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상판과 하판을 결합하는 방식이 아닌 고압다이캐스트 기술을 활용해 일체형 냉각장치를 만들었다.

이 기술로 냉각수가 새어나올 여지를 차단했으며, 특수 알루미늄 파이프를 활용해 냉각장치의 성능을 더욱 높였다.

상·하판 조립을 위한 부품도 필요 없어졌다.

이 때문에 제작비를 결합형 제품보다 20% 정도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선도적 기술이라는 전문기관의 인증을 받은 상태다.

유진호 대표는 "상·하판 결합 방식이 아니라 상·하판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만들어 냉각수 등 냉매가 새어나올 수 있는 여지를 완벽히 차단했다"며 "이 제품에 붙인 '제로 리크(Zero leak) 시스템'이라는 명칭은 냉각수 누수 가능성을 없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체형 냉각장치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품질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기술에 대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양산 검증이 2020년 마무리되면, 202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양산 프로젝트가 가동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은 물론, 르노와 푸조, 볼보 등에 우리 회사 제품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진호 대표는 1993년 국내 한 완성차 업체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자동변속기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자동차용 센서와 반도체 등을 제작하는 유명 업체에 근무하며 자동차 부품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 기술은 우수한데, 자동차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의 설계 기술은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 엔지니어로서 늘 아쉬웠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은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스타트업을 가다8

유진호 대표는 "엔지니어로서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보다 뛰어난 자동차 부품 설계·생산 기술을 만들고 싶었다"며 "자동차 동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는 대변혁기인 현 상황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등지의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던 유진호 대표는 전기차 냉각장치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고,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2016년 엠에이치기술개발을 창업했다.

전 직장 동료 등 4명이 그와 뜻을 같이했다. '엠에이치'는 머신(Machine)과 휴먼(Human)의 머리글자를 땄다. '기계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유진호 대표의 생각이 담겼다.

엠에이치기술개발은 그동안 투자유치 활동을 지속하면서 해외 업체와의 기술제휴 협약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또 67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 개발에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이 가운데 13건은 특허로 최종 등록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정부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키우기도 했다.

유진호 대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 등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해당 국가에서 특허 출원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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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글로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양산을 준비해 내년부터 실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냉각장치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향후 20년간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전망이 나오는 등 시장성이 밝다"며 "우리는 기술 개발 전문업체인 만큼, 제품을 전문적으로 양산할 업체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판로 개척으로 냉각장치 등 열 관리 분야 업계에서 우리가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처음 그랬던 것처럼 기계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기술을 만드는 따뜻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