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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중에 학문과 덕행이 유별났던 10명의 제자가 있으니 십철(十哲)이다.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재아, 자공, 염유, 자로, 자유, 자하 등이다. 십철 중에서도 공자는 자신의 학문과 덕행을 후세에 온전히 전달할 제자로 안연을 꼽으며 가장 아꼈다. 그 안연이 요절하자 "하늘이 나를 버린다"며 통곡했다. 시정잡배였던 자로는 공자의 교육과 추천을 통해 뛰어난 정치가로 환골탈태했다.

유교적 이상국가를 실현하려던 유세정치에는 실패한 공자였지만 제자복 만큼은 차고 넘쳤고, 십철을 비롯한 제자들 덕분에 유교는 동양사상의 대표 사상이 됐다. 석가모니에게도 석가십성(釋迦十聖)이라는 열명의 훌륭한 제자들이 있어 불법이 세상에 퍼질 수 있었다. 예수의 열두제자가 전파한 기독교가 서구역사에 끼친 영향은 일설로 형언이 불가능하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입시사관학교 웰튼에 갓 부임한 영어교사 존 키팅은 책상위에 올라서 제자들을 굽어보며 말한다. "내가 왜 이 위에 섰는지 알고 있나? 사물을 또 다른 각도로 보려고 해서다. 무언가를 안다고 했을 때 그것을 다른 눈으로 봐야한다. 틀리고 바보같지만 시도를 해봐야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일깨워주는 스승의 역할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진학보다 인생을 가르친 죄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그를 향해, 제자들은 '마이 캡틴'이라 부르며 책상을 밟고 올라선다. 키팅은 교단을 잃고 제자를 얻었지만,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다 잃은 셈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지만, 최근 며칠 사이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논란으로 빛이 바랜 느낌이다.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한송이 달아줄 수 없다는 법적 금제의 타당성을 따지다 보니, 자존심이 구차해진 선생님 1만여명은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렸을 정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단호하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과 교사는 성적, 수행평가 등 '직무연관성'이 있어 한송이 꽃 선물도 불가하단다.

권익위의 김영란법 해석은 인성교육 대신 진학지도라는 직무만 남은 학교 현실을 국가 스스로 인정한 듯해 서글프다. 사제간의 인간적 소통을 통한 인성교육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국가가 장려해야 할 미풍양속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자의 직무를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해도 사람을 놓쳐서는 본말전도의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최소한 사제간에 꽃 한송이 흘러다닐 정도의 숨통은 틔워줘야 마땅하다.

/윤인수 논설위원